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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건강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0. 3. 13.


지난 2월 22일에 건강검진을 했다.

딸이 따라다니며 패키지로 받으라기에 나라에서 받는 검사에다 38만 원 더 내고 좀 자세한 검사를 했다. 2년 전 받았을 때도 복부 팽만감이 자주 와서 불편하고 소화력이 좋지 않아 조금씩 먹으며 조심을 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증세로 신경을 조금만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복부 팽만감이 들어 수면 내시경을 하고 기본 검사에 몇 가지 추가한 내장기관의 초음파 몇 가지와 안압검사며 치아 검사와 스케일링까지 싹 했다.


성격이 너그럽지 못해서인지 함부로 말하고 욕하는 사람과 직장생활은 힘들다. 되지도 않은 요구를 거래처에 하는 경우를 보면 나는 또 배가 아프다. 납품할 때 한꺼번에 납품하겠다는 것을 차로 40분 거리에서 30만 원도 못 되는 물건을 납품하느니 오는 김에 50만 원 발주한 모두를 싣고 오겠다는데 그걸 다시 싣고 가라는 둥 우리가 필요할 때 하나씩 납품하라고 한다. 어떤 때는 금요일에 발주한 물품을 월요일 점심 먹고 납품해달라고 하니 상대편 공장에선 우리 물건만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당장 갖고 오지 않는다며 그 업체 거래 끊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하라거나 결제를 해주지 말라고 한다. 한데 그 모든 말의 시작이 욕으로 시작하니 들으면서 화가 나고 사장도 아니면서 결제니 거래처를 바꾸겠다느니 이런 말까지 너무 화가 난다. 이걸 참고 듣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정말 지겹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 회사를 그만둘까 마음먹었던 것이 이런 이유였다. 거래처에서 물건을 한 차 가득 싣고 오면 내려 둘 곳이 없다고 돌려보내라든가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가 아닌 시간대에 오면 투덜거리며 혼자 내려놓고 가라고 한다. 창고가 넓어도 물건이 많아 비닐하우스 두 동을 지어놔서 공간이 충분하다.  고약한 인심이다. 사장님은 이런 내용을 자세히 모르니 나만 중간에서 끙끙 앓기를 반복하다 요즘은 사장님께 슬쩍 내비친다. 사장님은 매일 9시에 출근하셔서 11시 반 경에 서울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시니 여기는 공장장이 곧 사장이요 권력자다. 여기서 받는 스트레스가 내 몸을 상하게 함을 알기에 작년 초에는 정말 그만둬야지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같이 근무하는 공장장과 같은 차를 타고 다니는 직원 언니에게 차후에 이런 일이 생기면 동영상을 찍든가 녹음을 할 거라고 말했다.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받아서 자꾸 배가 아프다고 이 또한 갑질이라고 말했다. 그 언니와 공장장은 10년 이상 같은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니까 둘이 무척 친하다. 한 예로 이곳에 처음 입사하고 사흘 째 되던 날, 셋이 밥을 먹자고 하기에 따라갔다. 보신탕 집으로 들어서서 둘은 보신탕 나는 삼계탕을 먹었는데 이 언니가 공장장과 나란히 앉고 나만 맞은편에 앉게 되어 일단 놀랐다. 대부분 이런 자리는 남자가 덩치도 큰 편이라 당연히 여자 둘이 마주 앉는 게 정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라 보신탕이 나오자 이 언니는 살갑게 고기를 건져 공장장 그릇에 덜어주고 밥을 반만 말아 훌훌 먹으면서 모자라면 더 먹으라고 공장장 앞으로 디밀었다. 당연히 서로 너나들이를 하고 있었다. 둘이 친하고 동갑임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로선 충격이었다. 보통은 공장장이면 아무리 친하더라고 공장장이라고 부르는데 이 언니는 아직도 이름도 성도 없이 눈빛으로 부르고 옆에서 말한다. 물론 친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보인다. 나도 벌써 입사한 지 꽉 찬 6년이 지나고 한 달이 더 지났다. 이젠 둘이 친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한다. 그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이야기가 삐따닥 하게 나갔다.


아무튼~ 동영상을 찍거나 녹음을 하겠다는 말이 공장장 귀에 들어갔는지 한동안 욕을 하지 않았다. 북북 거리는 성질머리는 여전하다. 이 언니가 "공장장 성질이 좀 더러워" 라고 말했지만, 알면서도 짜증이 나고 적응하기 쉽지 않다. 요즘도 간간이 성질을 내고 욕을 하지만 전보다는 좀 줄은 셈이다. 코로나로 주문이 전혀 없으니 현장 직원도 놀고 있어 거래처 납품 건도 거의 없다. 바쁘면 바쁜 대로 힘들다고 짜증을 내고 그만두겠다고 직원 구하라고 하길래 사장님 지시하에 사람을 구했다. 알음알음으로 50대 초반의 남자가 면접을 왔다. 1월 중순경이었다. 면접 온 사람에게 공장장이 말하기를 "박스 무거워서 못 들어요" 하면서 전혀 그만 둘 생각을 하지 않는 듯이 그 사람에게 못 할 거라면서 돌려보냈다.


며칠 전 건강검진받은 결과지가 나왔다.

2년 전과 달리 여기저기 좋지 않은 곳이 몇 곳이나 되어 당장 다음 주 화요일은 아산 병원으로 가서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 주말부터 몸살이 심하더니 수요일 아침에 머리를 말리고 드라이기를 돌돌 말아 제자리에 두려고 잠시 허리를 숙이는데 온몸이 부서지는 듯이 아파 소리를 꽥 질렀다. 엉거주춤 10여분 걸어 버스정류장에 오니 마을버스 개념의 2대가 다니는데 하필 그 버스 기사가 아파서 차가 없었다. 맞은편 버스가 같은 자리를 휘돌아가 가는 곳이라 기다리다 물어보니 말해주었다. 허리가 아팠지만 20여분을 걸어서 공장장 차를 타고 출근했는데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려면 너무 아파 조퇴를 하고 사장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주사를 맞았다. 오후에 온찜질을 하며 집에서 쉬었다.


그 후 3일이 지난 지금도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고 어제는 다니는 통증 의원이 1시 30분까지라 오늘 오후에 다시 물리치료하기로 했다. 아파도 걷는 것이 좋다기에 어젯밤에도 한 시간을 걸었다. 날이 갈수록 슬슬 아픈 곳이 나타나고 기운도 없고 몸이 힘들다. 무엇보다 건강에는 스트레스가 가장 좋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 몸이 말해주고 있다. 직원 구하기도 어렵고 집에서 놀기에도 갑갑하다는 생각에 다니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근무하고 남편도 공로연수에 들어간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다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말이다. 지금도 허리가 아파 동그란 파스를 붙여왔더니 후끈거린다.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가 좋았음을 아프고 나니 알겠다. 날이 맑아 내일은 어디든 나들이를 하고 싶은데 이렇게 되어 또 속이 상한다.

그러려니 넘겨야 할 부분은 넘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나는 수양이 한참 덜 되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건강할 때가 가장 행복한 때임을 새삼 뼛속 깊이 깨달은 요즘이다.





2월 16일 우리 동네 눈 내리던 날, 제대로 눈 맞아 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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