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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독일행이 수포로 돌아가고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0. 2. 14.


이를테면,

오늘 밤 11시 반 비행기로 두바이를 거쳐 독일 뮌헨으로 출발하는 날이다.

중국 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감염시키고 끝없이 퍼지는 바람에

괜찮겠지, 오늘은 나아질 거야, 이러다 말겠지를 하염없이 기다려도 기세를

더한 바이러스는 사람의 발길을 끊고 모두를 마스크 안에 가뒀다.

딸과 둘이 독일에 있는 아들에게 가려고 사장님께 허락을 받고 회사 업무에

차질이 없는 주를 택했던 것이다.


동양인에 차별이 심하다는 뉴스가 나오고 폭력 사건까지 있었다니 주저함이

포기로 바뀌었다. 딸 역시 팀장님께 결재받은 날이라 어지간하면 가겠다며

일주일 전까지 비행기표며 호텔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버티었다.

병원에서 여행을 삼가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나서야 이리저리 취소를 하고

예약한 호텔에는 메일을 보내 현재 상황을 적어 보냈다.

호텔은 예약할 때부터 취소하면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어서 뮌헨에서

4박 예약금 전액을 날리게 생겼으나 친절하게도 전액 돌려준다고 했다.

베를린의 3박은 후불로 예약하여 취소해도 손실이 없어 천만다행이다.

생각보다 적은 손실이라 한숨 돌리는데 비행기 표는 취소해도 거의 한 달이

지나야 다시 입금되는데 수수료를 몇십 만 원 떼고 돌려준다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며 봄날 다시 가도록 하고 일단 미뤘다.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걱정되어 카톡으로 물어보니 괜찮다고 한다.

엄마 걱정할까 봐 괜찮다는 게 보여 딸이 물어보니 사람들 시선이 느껴진다고

했단다. 한국 사람이라 해도 중국과 가까우니 그게 그거라고 하는데 약간의

차별을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환자로 단정하는 편이라

절대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그냥 다닌다는데 우리를 기다리던 아들이 상심한

걸 생각하면 매우 신경이 쓰인다. 옷이며 먹거리며 조목조목 필요한 걸 적어 보낸

아들이 어제는 보이스톡으로 하는 말이

"엄마, 동양인 남자는 유럽에서 살면 안 돼! 나 우리나라에서 살 거야!"란다.

아무래도 차별을 많이 느낀 것만 같다. 역시 태어난 곳에서 사는 게 좋은 거라고

좋은 경험의 시간이니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다 하고 돈 필요하면 보내 주겠다 하니

자기 돈으로 알아서 한다고 걱정 말란다. 내가 애냐는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애가 아니다.

이리하여 독일 여행은 무산되었고 안 가기로 했다 하니 우리 사장님이 제일 좋아하신다.

봄엔 업무가 바쁘니 가지 마라고 못을 박으시니 아무래도 포기해야지 싶다.

딸은 카톡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아니었으면 오늘 동생 보러 가는 건데 하며 아쉬움을

내비친다만 어쩌나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따라야지~



                  


작년 8월 29일 아들 떠나던 날, 친구들이 몇 명 와서 인사를 하고

둘은 공항까지 아들과 나를 태우고 같이 가서 배웅했다.

딸은 회사에서 공항으로 바로 와서

엄마인 나도 울지 않는데 옆에서 계속 울어 나까지 눈물 질금거렸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때까지 먹는 빵이란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아들이 보내 준 택배 상자엔

딱히 좋은 것도 없는데 독일 주인 할머니가 엄마 주라며

옷과 스카프를 주셨다고 짐스럽다고 보냈다.

택배비가 많아 배 보다 배꼽이 크다.

시월에 먹거리며 주인 할머니 선물을 챙겨 보냈더니 답례인 셈이다.

덕분에 독일제 옷과 스카프를 입고 걸쳐봤다.

바느질은 꼼꼼하게 잘 되었다. 평소 넉넉한 옷을 좋아하는 내게 맞춤한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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