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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수안보(2019.12.21~23일)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9. 12. 26.


우리끼리 송년회를 했다.

청안 이 씨 아들 며느리 딸 사위 9명이 수안보 연수원에서 만났다.

월악산 덕주사 오르는 초입 첫 번째 식당은 음식이 정갈하면서도 구수하다. 두부전골이 유명한 데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직접 두부를 만든다. 어릴 적 우리 집에도 엄마가 자주 두부를 만들었다. 겨울이면 넓은 함지박에 두부를 담가 두면 살얼음이 얼었다. 중학교 때 우리 반 남학생이 윗마을에서 두부를 사러 왔다. 그때 두부를 어디에 담아줬는지 갑자기 그게 궁금하다. 아마도 그 시절엔 두부 사러 올 때 그릇을 들고 왔거나 빈손이었다면 우리 그릇에 담아주고 다음에 받았을 것이다. 1회 용품이 없었으니 말이다. 요즘도 그러하다면 냄비 들고 소쿠리 들고 마트에 가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토요일 각자 집에서 9시에서 10시 사이에 출발했다. 셋째 언니와 형부는 전날부터 이날을 위해 일처리를 서둘렀다. 사무실 문을 일찌감치 닫고 수안보에서 만나 두부전골로 뜨끈하게 도토리묵으로 쌉싸름하게 메밀전으로 담백하게 전병으로 매콤하게 먹고 덕주사에 올랐다. 덕주사를 지나 지난여름에 다녀온 마애불까지 오르다 말고 내려왔다.

다리 아픈 둘째 언니와 작은 올케도 있고 일행은 연수원에서 오후에 탁구를 치기로 했다. 9명 중에 셋 빼고는 모두 탁구를 배우거나 이미 선수급이다. 나는 탁구대를 우연히 만났을 때 공 맞추기만 서너 번 해봤다.

준비한 생삼겹살을 삶고 사들고 간 홍어와 둘째 언니가 들고 온 묵은 김치로 삼합을 차렸다. 배를 두들기다 이왕이면 노래방에서 배를 두들기자고 오래간만에 가족 단합을 위해 노래도 부르고 모두 신나게 즐겼다.

남편과 나는 생삼겹살과 홍어, 쌀, 김치, 장아찌 등을 준비했다. 항상 셋째 언니가 준비를 하여 그동안 많이 미안하기도 했고 올해 환갑을 맞이한 언니의 일손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준비하는 김에 화도읍 마석에서 유명한 쌍둥이 해장국까지 사서 갔기에 그걸로 푸짐하게 아침을 먹었다. 셋째 언니는 교회와 형부의 배드민턴 대회가 있어 아침 먹고 먼저 집으로 갔다.

나머지 일곱 명은 문경새재로 가서 황토를 살결같이 펴 발라놓은 그 길을 따라 조령 1 관문과 2 관문까지 다녀왔다. 아무래도 평균 연령 60이 넘은 언니 오빠 올케들과 함께라 3 관문까지는 무리였다. 점심은 다시 수안보의 꿩요리 집에 들러 꿩 볶음탕과 버섯전골을 먹고 숙소로 가서 잠시 쉬다가 둘째 언니와 형부 큰언니, 작은 오빠와 올케는 서울로 올라왔다. 남편과 나는 월요일 새벽에 출발하기로 하고 남은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민숭민숭하게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데 밤새 눈이 내린다기에 걱정만 한 보따리 안고 잠들었다. 다행히 영상의 기온이라 얼지도 않았고 5시 40분에 출발하여 집에 도착하니 7시 20분이다. 집에서 아침을 먹고 회사에 데려다줬는데 딱 8시 2분. 아무튼 우리끼리 송년회 잘하고 왔다. 1인당 회비 5만 원씩 거뒀는데 16,000원씩 남았다. 오전에 모두 송금하고 나니 개운하다.

(고기와 홍어, 해장국, 소주와 막걸리는 남편이 애초에 회비 걷지 마라고 우리가 모든 비용을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언니들이 굳이 거둬서 줬다. 현지에서 먹은 점심 두 끼와 카페에서 싼 팥죽 두 그릇과 커피 값, 사과 한 박스 값만 회비로 썼더니 307,000원 들었다.) 

수안보 연수원을 이용하여 방값이 절약되어 좋고 온천수에 사우나까지 마음껏 즐겼으니 됐다. 올해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요즈음 수출 업무를 보게 되어 머리가 좀 아팠다. 생전 하지 않던 일이라 인보이스, 패킹 리스트, B/L이니 원산지증명서니 작성하고 서류 다 했더니 선적하는 배와 날짜가 바뀌어서 다시 수정하고 이러느라 머리 싸맸다. 알고 보니 별 것도 아닌데 처음엔 무척 스트레스였다. 뭐든 배우고 난 다음엔 뿌듯하고 성취감이 있다. 이제 한숨 돌린다. 연초에 다시 연말 결산과 내년 장부 이월이며 잠시 바쁘겠지만 일단은 마음을 좀 편하게 가져보련다.




























 여기서 갑자기 폰이 꺼져 버렸다. 내년 3월이 되어야 3년인데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배터리가 60%에서 7%로 확 떨어지더니 꺼진다.

 폰이 말썽인 데다 은근히 날도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