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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제이드 가든(20019. 11. 30)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9. 12. 4.

 토요일이면 좀이 쑤신다.

어디든 밖으로,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다. 이럴 땐 엉덩이도 가볍다.

역마살 수준은 아니어도 더 춥기 전에 나무가 홀라당 옷을 다 벗기 전에 미련스럽게 버스럭대며 탈탈 털리는 모습이라도 더 보고 싶고 그냥 콧바람 쐬고 싶어 진다.

 괜히 앉아서 책 읽어야지, 나름 알차게 보내야지, 마음만 먹다 하루를 보낸 적이 많아 쏘다닐 생각만 하게 된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니까!

집안일은 퇴근 후에 하는 것이 개운하고 좋아 금요일 저녁이면 토요일을 위해 얼추 마무리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나 쉬면서 휴일에 치우고 정리하고 뭐 이런 생각이 없지 않으나 쉬는 날은 그냥 푹~ 쉬고 싶다. 오래전부터 나는 퇴근 후 다소 지쳤더라도 청소며 빨래 정리를 후다닥 해치우는 편이다. 되도록이면 일거리를 미뤄놓지 않고 밤에 다 해놓고 편히 잠자리에 든다. 요즘은 애들 어릴 때만큼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니라 수월하다. 마늘 반 접도 며칠 전에 까고 찧어 조각조각 얼려 쟁여놨다. 다른 주부와 마찬가지로 적당히 겨울 준비는 했다. 어쨌거나 휴일엔 온전하게 몸과 마음 함께 늴리리 맘보로 편하고 싶다는 말이다.


 남편이 2주간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24시간 근무를 해야 하고 3주에 한 번 이틀 연속 쉬게 된다. 이런 날은 텔레비전을 즐기는 이 남자를 밖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배가 앞산에 닿을락 말락 해서 걱정도 되고 그렇다. 솔직히 말하자면 운전만 할 줄 안다면 나 혼자 여기저기 쏘다니겠구먼 장롱에서 빛을 못 보는 24년된 운전면허증은 무용지물이라 거금 들여 연수를 받아볼까 생각 중이다. 면허증을 어디 팔 데가 있었으면 벌써 팔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라도 나가지 않으면 탁자에 식탁에 침대 위에 책은 널브러져 있고 몸은 거실에서 원산폭격 자세나 애벌레가 나무에서 떨어진 자세로 있기 십상이다. 살아있기에 살아있는 초목을 보러 나가야겠고, 찬바람도 쏘여야겠다.


제이드 가든 입구. 서양식 정원으로 조성된 수목원

강원도 고성 산불 진화에 수고했다며 소방관은 올해 말까지 무료입장이다.

가족 1인까지 무료인가 보다. 원래 입장료 9,500원

집에서 28km 거리인데 10시에 도착하니 덜덜덜 춥다.

나무 그늘과 햇살이 비친 쪽의 차이가 이 날의 추위를 보여 준다.

그늘에는 서리가 자욱해서 햇살이 번지면서 조금씩 연둣빛으로 변하고 있다.


역시 우리는 눈치도 코치도 없이 너무 빨리 왔다. 이런 곳은 천천히! 겨울에는 특히.








의자에 앉지 못함, 서리가 얼어서 눈이 되고







한 바퀴 돌고 내려오다 햇살 아래 벤치가 살짝 녹았기에 엉덩이 걸쳐봤다.

겹겹이 입고 가죽장갑까지 꼈다. 안 그랬으면 산골짜기에서 얼어가지고 조각품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




햇살이 번지는 시간에 나왔다. 휴대전화가 갑자기 방전되어 남편이 폰만 꺼내고 지퍼를 잠그지 않았다.

손 많이 가고 잔소리 많이 퍼부어야 하는 존재가 남자임을 증명하는 사진.

가든 안에 카페 세 곳이 있다. 커피 한 잔에 5천 원부터~

입장료 생각하면 꽃이 만발하거나 신록 우거진 계절에 찾는 것이 본전 생각 덜하게 하는 곳이다.

배려로 무료입장하여 고맙게 구경 잘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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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서울에서 가평 가는 길 좌측에 있다.

지난주 워크숍 다녀온 남편이 단체로 가서 먹었다는데 맛이 기막히다고 해서 갔다.

다들 식사 중인데 사진 찍기 뭐해서 겨우 몇 장 찍었다.

순두부찌개가 아주 맛있고 돼지불백은 불냄새가 나면서 깔끔한 맛이다. 반찬은 모두 셀프.

2인분 정식이면 23,000원인데 순두부와 돼지불백이 나오고, 3인분이면 34,000원 4인분에 45,000원

이런 식으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격이 낮아진다. 그냥 순두부 8,000원 불백 10,000원

단품도 가능하다. 가정식으로 양념하여 MSG 무첨가에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상차림을 한다.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점심 손님도 못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맛은 보증되는 셈이다.

쌈채소나 밥 누룽지 등 마음대로 갖다 먹을 수 있다.

 이 길을 지나치실 땐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가서 맛보면 좋을 것 같다. 못 먹을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