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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파주 바람의 언덕(2019.10.09)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9. 10. 22.


수영장 다닌 지 어언 3년이다.

그중 친하게 지내는 다섯 명 중 네 명이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한 명은 가족과 제주여행을 떠나게 되어 빠지게 됐다. 

아침 7시에 만나 파주 바람의 언덕을 가니 9시 남짓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다 바람개비가 간간히 돌고 있었다.

능선 너머에는 코스모스가 넓은 들을 가득 메우고 있어 모두 소녀가 되었다.


근처 근현대사 박물관에 들렀으며 옛 것을 보며 추억했다.

특히 곤로를 보니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년을 내리 자취했던 기억이 났다.

곤로의 마지막 기억은 늘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첫날에서 머문다.

곤로에 밥을 하고 있는데 지인이 뛰어와서 아버지가 위독하다며 빨리 병원으로 가라는

전갈이었다. 곤로를 끄고 갔는지 그냥 갔는지 대책 없이 대문 밖을 뛰쳐 나간 기억만 있다.

연분홍색의 곤로를 보며 냄비 뚜껑이 들썩거리며 푸푸 끓어 넘치던 허연 밥물처럼

내 안에 잠들었던 슬픔이 풀썩거렸다.

추억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