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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어우러짐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9. 4. 8.

준비, 시~작!








점심시간 30분씩 걷기.

작심삼일이 될까 봐 은근히 걱정되었다.

사흘이 지나자 슬쩍 자신감을 장착하고

공장 주변을 걷다가 공장 뒤편 산등성이를 슬금슬금 올랐다.

땀이 적당히 나면서 발아래 낙엽이 터키산 양탄자처럼 폭신하고

나름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화까지 갖다 놓고 본격적으로 걸으니 젊어지는 기분이랄까, 생동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허리 굽혀 들여다보면 작은 꽃들이 반기니 이 또한 즐겁다.

모든 것은 어우러짐이 중요하다.

어디에 존재하든 혼자서 빛날 수는 없다.

특히 별명이 제비꽃이라 제비꽃에 관심이 많이 간다. 

제비꽃을 보니 제비꽃 무리와 있을 때와 다른 식물과 함께할 때는 사뭇 다르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않을까 가정해 본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만 어울리기보다 말하자면 격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 색다른 모습의 내가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돌 틈 사이 핀 제비꽃이 고와 그 앞에 한참을 머무른다.

민들레는 현재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노란 꽃을 중심으로 컴퍼스를 벌려 원을 그리듯이 잎이 꽤 멀리까지 퍼졌다.

키가 큰 벚나무의 올망졸망한 꽃망울이 이제 막 터지기 시작한다.

 키 작은 매실나무도 이제 꽃을 피운다.

발아래 구석구석 피어 있는 이름모를 작은 꽃,

전봇대 아래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핀 하얀 냉이 꽃과 꽃다지.

누런 풀과 어우러져 흔들리는 달래도 종족번성에 여념이 없다.

낙엽 아래서 삐죽이 내미는 새싹의 어우러짐이 좋다.

짧은 산책 시간에 볼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눈길 닿은 곳마다 감사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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