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담벼락에 붙은 담쟁이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날마다 보면서 한 줄기만 길게 늘어진 채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담장 위엔 얼기설기 얹힌 마른 담쟁이와 까맣게 마른 열매가 제법 남아있지만
벽 쪽에는 달랑 한 가지만 있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기 손가락만 한 못 하나를 박아놓고 담쟁이의 긴 덩굴을 받쳐주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박아 둔 것이다. 이 못을 박은 사람은 정말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배려란 생각지도 못한 곳에 무심한 듯 행하는 것이로구나! 더불어 따뜻해진다.
별것도 아닌 일에 감동하고 상처받는 나이가 쉰을 넘기고부터였는지 원래 그랬는지
갑자기 그게 궁금해진다. 꼽아봐도 소용없다. 기억은 그런 것까지 저장하지 않는다.
여름휴가 때 큰오빠가 한 말이 떠오른다.
"이상하게 나이 먹으면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조금만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별것도 아닌 일에 서운해지고 삐치게 된다"라고 했다.
보통 생각하기엔 나이 많으면 여유롭고 넉넉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문득 불쾌한 일이 생겼을 때나 거슬리는 일에 맞닥뜨렸을 때 일단 긴 호흡을 하며 평정심을 갖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타에 의해 마음 상한 일은 그들이 고치지 않는 이상 불쾌해도 해결할 수 없다.
흔히 보면 상대방을 서운하게 한사람은 태평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면 좋은 점도 있으리라 생각하고 마음을 바꿔야 견디기 수월하다.
이럴 땐 어느 한 부분이나마 좋은 것이 있으려니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봐야 한다. 정말 생각없이 내뱉는 사람도 있고 상대의 앞날을 위해 충고하는 사람도 있다. 충고하는 방법이 서툰 사람도 있고 일단 뱉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습관화된 모습을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하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상대방 또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참고 들어주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내가 한 말이 상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았는지 염려스러울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땐 바로 연락을 하고 사과를 해야 관계유지에 도움이 되고 오히려 돈독해 질 수가 있다. 항상 배려하는 마음이 배인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게 마련이다.
큰오빠의 말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마음을 조금 열어야 서운함도 덜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들수록 여유롭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훈련과 한 박자 늦춰가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 역시 성급하게 서두르다 그르치는 일도 많고 다치기도 한다.
조금씩 여유를 가지고 한 박자 늦게 가 보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배려하는 마음을 꺼내는 훈련을 해 보자!
날마다 늘어가는 주름 사이로 마음 폭이 좁아지지 않도록 한 걸음 천천히 따라가자!
흔히 살집 넉넉한 사람을 보면 너그러운 사람으로 보이듯이 조금씩 평수 넓혀가는 뱃살처럼 배려하는 마음 평수를 넓혀보자!
봄이 왔다.
누런 수풀 사이로 뾰족하게 내민 작은 꽃들이 관심을 끈다.
무심코 작은 꽃을 밟지 않는 걸음으로 봄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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