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다녀오는 길에 수안보 연수원으로 갔다.
영천까지 장거리 운전으로 피로한 남편은 몸살이 오는지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온천수에 피로를 풀자며 사우나실로 갔다. 마침 노천탕을 토요일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간 날이 토요일이라 온천수로 피로를 풀었다. 운전하는 옆에 가만히 앉아만 갔어도 나 역시 피곤했는데 아마도 5시에 일어나 준비하랴 전날 엄마 뵈러 간다는 마음에 설레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그런듯했다. 사우나 후 개운했지만, 슬슬 배가 고파왔다. 미리 준비해간 쌀과 김치 등 간단한 재료와 가는 길에 구매한 고기를 구워 먹으며 느긋하게 TV를 보며 쉬었다. 가져간 책은 한 페이지도 못 읽고 그냥 넣어왔다. 짐이 될 뿐인데 꼭 한 권씩 넣어 다니는 건 고쳐야겠다.
다음 날 아침은 가져간 김치에 참치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는데 뽀얀 쌀밥에 먹으니 그 또한 집에서 먹는 맛과 달랐다. 식사하고 어디를 돌아볼지 계획 없이 나선 길이라 궁리를 하다 문경새재 반대쪽인 연풍새재길을 걷기로 하고 나섰다. 아침 바람은 제법 차가워 옷을 겹겹이 챙겨 입고 나섰는데 새재길을 걸으면서 차츰 더워져 패딩은 벗어들고 다녔다. 그러다 내려오는 길은 다시 추워서 옷을 껴입어야 했다. 낮엔 따사롭지만,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날씨라 건강관리를 잘해야 하는 시기다. 짐스러웠지만 여벌 옷을 챙겨야 별 탈이 없다. 조령산 초입에 조령 휴양림이 있고 왼쪽 넓은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문경새재 조령 제 3관문까지 갈 수 있다 했다. 막상 걸어보니 30분은 더 걸렸다.
문경새재에서는 두어 번 오른 곳이었어도 연풍새재에서는 처음이었다. 조령 제 3관문까지 가는 거리는 훨씬 짧았는데 경북에서는 문경읍에 속하니 문경새재라 하고 충북에서는 지명이 연풍이라 연풍새재라 불린 것을 여태 모르고 있었다. 경북과 충북을 가르는 길을 드나들며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을 다 느낄 수 있었다.
새재길을 걷고 난 후 수옥정과 수옥폭포를 구경하고 몇 해 전 월악산 덕주사에 갔을 때 먹었던 두부 전골 맛을 잊을 수 없어 그곳까지 찾아갔다. 역시 덤덤한 표정으로 맞아주는 초입의 손두부 집은 그대로였으며 달라진 것은 홀서빙하는 분이 아주 상냥한 분으로 바뀐 것이다. 친절함과 함께 겉보기엔 어느 두부 전골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맛은 흉내 낼 수 없는 맛이다. 직접 농사지은 배추를 직접 담근 된장으로 찍어 먹으며 아주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사는 게 별것 아니고 행복이 별거 아니다. 건강할 때 다니고 먹고 싶은 음식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이라는 생각에 소박한 찬에도 감사하고 좋았다.
늦은 점심을 먹은 터라 연수원으로 와서 생전 자지 않던 낮잠까지 꿀잠으로 자고 저녁엔 다시 온천을 하고 푹 쉬었다. 연수원 예약을 2박으로 신청해놔서 어쩔 수 없이 일요일을 거기서 자고 월요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대충 준비하곤 남양주로 향했다. 워낙 일찍 출발해서 회사로 곧장 가려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집 근처에서 김밥 두 줄을 사서 집에서 먹고 짐 정리까지 대충 마치고 남편 차로 회사 도착하니 딱 8시다. 지각도 않고 제대로 출근하고 보니 다음에도 이리하면 되겠구나 싶다. 남편은 힘들겠지만, 늦가을 정취도 흠뻑 느끼고 엄마도 보고 왔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2018년 남은 40여 일을 또 알차게 보내려 한다. 무엇이 알차고 무엇이 허투루 인지 알 수 없으나 마음은 부족함이 없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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