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면서 많은 인연을 맺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서툴게 문을 연 때가 2005년도였으니 어언 14년째다.
신변잡기와 넋두리, 잡다한 이야기를 올리며 나름 재미를 붙였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배우는 것이 많아 보람도 느낀다.
오래전 이데아 이상덕 시인님의 블로그에서
기도라는 제목의 시에 쓰인
'세간의 먼지 수시로 닦아
숨겨진 신비 눈을 뜨는
숙성된 시야도 허락하소서'
라는 구절을 읽는데 찌릿한 전율이 흘렀다.
이후 시인님이 시집 '목련화 피는 사연'을 보내주셔서 시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
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이상덕 시인님 덕에 시를 읽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길 소망했다. 영혼을 살찌우는 방법을 시인님이 가르쳐 주신 셈이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광주 사는 동생이 소개한 글에서
수국 이규자 시인님을 알게 되었다.
'꽃길 저 끝에'라는 시집을 내셨다는 정보에 다른 시까지 뒤적이며 읽었는데
시마다 정이 차고 넘친다. 덤덤한 일상에서 시로 만들어 내는 글솜씨가 멋지다.
엉큼한 군자란이라는 시를 읽게 되었는데 시 마지막 연에서 웃음이 났다.
'분명, 너는
귀 닫고 사는 내 남편을 닮은 게야
필요한 말만 알아듣는
엉큼한 군자란'
이후 인연이 닿아 시집을 보내주셨다. 실생활에서 느끼는 것을 물 흐르듯 써 내려 간
시가 정겹고도 맛깔스럽다. 어느 상황이라도 시로 표현하실 수 있는 능력자시다.
인연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닉네임 가짜시인 권상진 시인은 '진짜 시인'이다.
항상 점잖으면서 나서지 않고 겸손해서 젊은 시인이지만 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속이 깊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시를 감상하면서 시집은 언제 나오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나왔다.
약속대로 나오자마자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말해 무엇하랴! 내가 좋아하는 몇몇 시인님 중 한 분이시다.
'눈물 이후'
까만 표지가 특이하고 눈길을 끈다. 주로 낮은 곳을 그리는 시인님의 심성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시집이다. 권상진 시인님의 시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렇게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뜻밖의 인연이 이어졌다.
권상진 시인님의 블로그에서 예람 김미옥 시인님을 알게 되었다.
'다시, 봄'이라는 시집을 내신 김미옥 시인님은 서울에 사시다 우리 동네로 이사 오셨다.
덕분에 고품격의 우아하신 김미옥 시인님을 직접 만나는 행운도 따랐다.
글도 잘 쓰시는데 미인이시고 고운 마음씨는 곳곳에서 묻어났다.
갱년기 증세로 땀을 줄줄 흘리며 연신 더워하는 나를 위해 계속 부채질을 해주셨다.
몸 둘 바를 모르겠던데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좋았다.
예쁜 글씨로 사인해 주신 시집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실까? 내내 감탄을 한다.
가슴속 뜨거움이 전해지는 시를 읽으며 시의 매력에 빠져든다.
첫 만남에 기어이 밥까지 사주셔서 죄송할 따름인데 헤어지고 오는 길에 내 양손엔
주렁주렁 선물까지 들려 있었다.
나는 아직 시가 뭔지 모른다.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시를 알면 세상이 다시 보인다 했는데 다시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위의 네 분 시인의 시집을 책상 왼쪽에 올려놓고 아무 데나 펼쳐 보기도 하고
때로 가방에 넣어 다니기도 한다. 모든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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