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서 9월에 많이 핀다는 망초가 흐드러진 모습이다.
들판을 보면 곳곳에 오래도록 눈길을 끄는 망초를 누구나 보게 되고 자연스레 눈이 간다.
다른 꽃보다 흔하디흔한 탓에 귀하다거나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저 한낱 서민에 불과한 평범한 나와 같은 존재로 보인다.
특별하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꽃피우는 망초는 자세히 보면 곱다.
나태주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볼품없이 자리 잡은 꽃에 마음 쓰이지만, 존재의 알림은 대단하다.
개망초와 망초를 구분하는 법을 백과사전을 찾아 읽었지만
이해력 부족으로 망초와 개망초를 앞에 두고 설명해야 알아볼까 그게 그거로 보인다.
아무튼 나는 망초든 개망초든 똑같이 천지에 가득한 것이
볼 적마다 오래도록 피어있음에 감탄할 따름이다.
나는 망초를 보면 항상 엄마가 떠오른다. 참 이상한 일이다.
엄마도 망초처럼 오래도록 질기게 생을 붙잡고 계신다는 생각에서인지 모르겠다.
어디서 보더라도 하얀 꽃들만 보면 괜히 슬프게 느껴진다.
저녁 산책길에도 망초를 보면 엄마 생각을 하게 되고 더러는 눈물 바람이다.
어제는 더운 탓에 입맛도 없어 퇴근하자마자 옥수수를 몇 개 삶아
땀을 줄줄 흘리며 먹고는 강변으로 나섰다.
망초 흐드러진 길을 따라 걸으며 방금 핀 듯한 망초 앞에서
손전화기를 들이대며 참하게 한 장 찍어줄게! 했다.
얼굴 크고 배가 불룩 나온 남자는 집만 나서면 10m 앞에서 저벅저벅 혼자 걷는다.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사계절 상관없이 휙~ 뿌리친다. 남들이 보면 욕한단다.
제길! 애인이라고 하자며 겨우 새끼손가락 하나 잡고 비탈길 도움이라도 받으려면
줄레줄레 걸음에서 후다닥 날갯짓하며 잠시 뛰다시피 해야 한다.
날이 더워 30분 걷기도 힘들었다. 앞서 걷는 남자에게
올해 들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팥빙수를 먹어 보자며 뒤에서 전화를 했다.
"오른쪽에 카페 있지요? 거기 들어갑시다!"
먼저 들어갈 성격도 못되는 남자는 카페 앞에 서성인다.
남자를 앞질러 카페에 들어섰다. 녹차 빙수를 주문하고 시원한 곳에서 몸을 식히며
빙수를 먹으니 그리 달지 않고 좋았다. 역시 여름엔 빙수다.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더웠고 망초인지 개망초인지 흐드러진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올여름 정말 덥다.
나무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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