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게 자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모두 잘려나갔다.
지난번에 옆 동 뒤에 선 나무들만 잘랐는데
이젠 우리 집 뒤에 선 나무들까지 모두 잘려나갔다.
낮에 잘랐으니 보지도 못했고 소리도 듣지 못했다.
전기톱의 윙윙대는 소리에 지레 겁먹었을 거다.
놀라 쓰러진 나무들은 그루터기만 남기고
기둥은 토막이 나고 가지는 아직 초록 가득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주변 나무들도 모두 정리하여 자르고 또 자르고
며칠 지나 다시 보니 이렇게 자른 나무를
날마다 조금씩 큰 기계에 넣고 가루로 잘게 부숴놨더라.
사람으로 치자면 화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
베란다에 나서면 어느 숲속 펜션에 서 있는 듯 새소리가 나고 아늑했으나
이젠 새소리도 듣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매우 서운하다.
나무 꼭대기에 자리했던 새 둥지도 없어졌다. 갑자기 둥지가 없어진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다시 지으려면 한동안 바쁘겠다 싶다.
덩치 큰 남자는 햇살이 가득하여 좋다고, 훤해서 좋다고!
나는 키 큰 나무가 잘려나가 서운하다고, 아늑함이 사라져 서운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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