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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낙산사, 속초로 한 바퀴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8. 2. 22.

1월 27일. 오래간만에 낙산사엘 다녀왔다.

몇 년 전에 들렀을 때는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때까지도 곳곳에 남아있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보았는데 곳곳이 공사 중이었다.

이번엔 공사도 끝났고 겨울이라 사람들도 적어 한가로 와 둘러보기 좋았다.

홍련암엔 암자 안에서 바다로 내려다보는 유리가 없어졌고

(이 부분은 암자 안으로 들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않고

옆 사람들의 얘기만 들었기에 장담할 수가 없다)

입구에는 절편을 먹기 좋게 바구니 가득 담아 두었다.

오가는 모두가 음덕을 입으라는 뜻이겠지 싶었다.

그냥 먹고 만 오긴 부끄러워 한쪽에 세워진 불전함을 찾았다.

현재 무교다. 하지만 성당이든 절이든 교회든 가게 되면

그냥 못 나오고 주머니를 뒤적이며 최소한의 양심이라 여긴다.

부처님, 하나님, 성모님 모두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욕심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하고 싶어서다.

사람을 보지 말고 높은 곳에 계신 분을 보라는데

앞엔 시기와 질투, 욕심, 이기심에 눈먼 그들이 먼저 보여

본보기가 되지 못함을 자주 본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헤아리는 마음이나 남의 얘기를 진득하게 듣기보다

자신의 얘기만 중점으로 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런 점을 보면 그들의 인간성 문제인 줄 알면서도 괜히 그들이 믿는 신까지도 거부감이 든다.

아무리 주변에서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게 싫어 발길이 돌려지지 않는다.

이상한 사고방식이라지만 그런 점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불편하다.

이런 생각이 없어지길 바라며 나 자신이 좀 더 너그러워져야 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속없는 자신의 속이 채워지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토요일 낙산사를 둘러보고 1박을 했다.

일요일 아침 숙소에서 내다본 설악산은 눈에 덮인 모습이 장관이었다.

역시 설악산이다! 겨울 설악산을 눈여겨 본적이 없었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 폭의 동양화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이런 경치가 아니었나 싶다.

그린 듯 살아있는 풍경을 찬바람 맞으며 오래도록 보았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언니 부탁으로 곱창 돌김을 사면서 우리 것까지 두 축을 샀다.

돌아오는 길에 지인에게 주고자 한 축을 더 사려고 주문진항에 들러 다시 한 축을 샀다.

속초 시장에서 산 김은 한 축에 2만 5천 원짜리지만 소개받은 곳이라 2만 원에 주겠다기에

샀는데 주문진항에선 2만 원짜리 밖에 없어 한 축을 사고 먼저 산 두 축을 언니와 지인에게

선물로 줬다. 나중에 산 한 축을 구워보니 곳곳에 지푸라기와 마늘 껍질 같은 것이

많이 섞여 있었다. 구우며 뜯어내니 한 장도 성한 게 없었다.

일회성으로 다녀가면 그뿐이라는 마음으로 장사해서는 절대 안 된다.

속초는 적어도 1년에 두 번 정도 가는 데 가면 꼭 항을 찾아 뭐든 사서 온다.

속이거나 바가지를 씌워서는 흥할 수가 없다.

한 번 속으면 절대 그 집엔 가지 않게 된다.

물건 살 때 속까지 자세히 살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