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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오키나와 여행(슈리성, 국제거리 2018.4.13~)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8. 4. 18.


 올 초 딸이 엄마와 여행하고 싶다며 시간을 내라 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딸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 서먹하게 지냈는데 여행으로 풀자는 의미였다.

소규모 업체에 다니니 연차도 없고 이럴 땐 좋지 않다. 눈치가 보이고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

직장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은 지 오래지만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가족들은 언제까지 다니느냐고 자꾸 묻는다. 그만두려면 내가 나서서 구해놓고 그만둬야 하는 실정이다. 사장님께 너무 죄송하다며 금요일 하루만 빠지겠다고 했더니 여행 잘 다녀오고 내년까지만 다니란다. 전에는 공장 문 닫을 때까지 다니라시더니 좀 줄어들었다. 실은 몇 달 전부터 직원 구하라고 했는데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으셔서 갑갑했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마음대로 살고 싶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지겹기도 하지만, 업무가 수월하고 시간도 많은데 그냥 다닐까 싶기도 하고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는 말대로 딸 덕에 비행기 타고 2박 3일간 일본 여행을 했다. 가는 날까지 시큰둥하고 마음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외국 여행이라면 옷이라도 하나 사고 사전에 준비도 하고 그러는데 이번엔 여행 하루 전 수영도 다녀왔고 느지막이 몇 가지 옷을 챙기고 아무것도 사거나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저 되는대로 집어넣고 훌쩍 나선 것이다.

 

 나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일본은 깨끗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듯이 정말 깔끔해서 좋았다.

첫 코스로 슈리성에 들렀다. 맹그로브 나무가 숲을 이루고 나하 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절경이다.

류큐 왕국의 궁전이었다는데 위용 있고 위치도 좋은 곳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다녀갔고 인터넷에 정보가 많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일기예보엔 낙뢰가 적혀있고 비가 온다고 되어있었기에 그걸 바탕으로 긴 옷을 넣고 짧은 옷은 막 입을 티셔츠만 들고 갔는데 엄청나게 더웠다. 1년에 아이스크림 손에 꼽을 정도로 겨우 몇 개 먹는데 워낙 더워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눈 깜짝할 새 다 먹었다. 이렇게 더운데 옷을 어쩌나 신경 쓰였다.

 슈리성을 나와 기적의 1마일 국제거리를 돌아봤다. 오키나와 시의 가장 번화한 거리라더니 역시 관광객이 많았고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다.

 딸은 입고 간 옷과 약간 도타운 원피스 두 벌, 호텔에서 입을 옷 한 벌만 넣어갔으니 당장 옷이 필요했다. 어쩌면 사 입을 생각으로 가지고 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민소매 원피스 한 벌을 10만 원 정도에 샀다. 역시 우리나라가 옷값이 싸고 디자인도 예쁘고 다양함을 느꼈다. 국제거리에서 이것저것 과자를 사는 딸과 티격태격했다. 단 과자만 가득하고 내 눈엔 별로 사고 싶은 것이 없었는데 딸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