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살아내기가 만만치 않다.
딱히 게으름 피우는 것도 아닌데 늘 바쁘다.
몸보다 마음이 더 바쁜 듯 불안정한 시기가 매해 12월이 아닌가 한다.
추우니까 일단 퇴근하면 수영장 가는 날이 아니면 바깥출입이 거의 없어
냉장고를 뒤적여 반찬을 만들게 되니 좋은 점도 있다.
쟁여 둔 냉동실이 헐거워지는 것은 여러모로 반길 일인데 냉장실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베란다에는 멀리서 블로그 친구가 보내준 사과 상자와 제주에서 보내준 귤 상자며
언니가 준 야콘과 배가 있고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된장이며 감도 몇 개 있다.
먹거리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데 문제는 그래도 바쁘다는 거다.
주말이나 휴일마다 지인이나 친구의 자식들이 결혼하고 모임도 있고 어수선하다.
시월부터 덤벙덤벙 살아온 두어 달이다 싶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지려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휴일에 외출이 없는 날은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단짝 친구 미예의 제부가 입원한 병원까지 다녀오다 보니
그야말로 12월은 가장 바쁜 달이 되고 있다. 아직도 약속이 몇 건이나 있다.
어제는 모처럼 차분하게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름부터 색칠하던 그림을 놓고 색칠을 했다.
목 아프다고 고개 숙이고 하지 말라며 말렸지만, 두 가지 색만 칠하면 되는 상태라
마무리를 했는데 가까이서 보면 형편없는 색칠이라 멀찌감치 두고 보면 되겠다.
일단 꽃 그림이라 환해서 좋다. 이 색칠을 끝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뭐든 잡으면 늦더라도 끝을 봐야지 하고!
작년에 뜨개질하던 목도리는 결국 올 초에 다 떠서 딱 두 번 두르고 다녔다.
끝을 봤다는 것이 내겐 큰 의미이니만큼 앞으로도 뭐든 작은 목표를 세우고
끝을 보는 생활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어설프게 칠해서 거실 한쪽에 세워뒀다.
지난번에 색칠한 해바라기와 풍경화에 이어 거실이 점점 지저분해지고 있다.
딸이 엄마는 이런 것이 필요하다며 사다 주니 안 그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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