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마에 관해서는 할 말이 참 많다.
일단은 학창시절엔 이마가 넓으니 가리려고 앞머리 내리기 급급하였으나
앞머리를 자르면 안 되는 규율이 있어 단발머리와 갈래로 묶은 머리
그리고 갈래로 땋은 머리로 학년을 구분했기에 누구라도 이마는 훤히 드러내야만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당장 맨 처음으로 하고픈 것이 앞머리를 자르는 것이었다.
이마로 인한 소소한 에피소드도 있다. 나는 심각한데 친한 친구중 한 명은 앞이마가 좁다고
족집게로 앞머리를 뽑으며 나를 부러워해서 하늘도 무심하다며 둘이서 키득거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당시 심정으로는 하루속히 앞머리를 자르는 것이 급선무였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유아기엔 톡 튀어나온 이마 덕에 사진관 유리창 안에 버젓이 내 사진이 걸려있었단다.
깡 시골에 살던 우리는 사진을 많이 찍으면 영혼이 나간다는 말이 있었지만, 서울서 여고를 졸업하고
지금으로 말하면 국정원(중앙정보부)에 취직했던 나이 차 많은 큰언니가 카메라를 들고 와
많은 동생을 데리고 학교 꽃밭에 죽 세워놓고 찍은 사진과 막냇동생이라고 혼자 찍어 준 사진이
있었는데 사진관에서 이마가 훤한 내 사진을 걸어두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단다.
그 사진 속엔 유독 이마만 볼록하니 튀어나왔고 머리는 두 갈래로 토끼처럼 위로 묶은 채로 눈은 햇살에
찡그린 얼굴이었다. 먹거리 부족했던 시절인데도 얼굴은 나름 포실해 보였다. 그 사진이 어디로 갔는지
본적은 있는데 우리 집에는 없고 아무래도 언니네 있는 것 같다.
자라면서 차차 이마가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언니들에게 외모에 대한 불만을 늘어 놓으며 아주 슬펐다.
십 대에 들어서는 심각한 열등감이 생겼고 엄마에게 좀 예쁘게 낳아주지 나는 왜 이렇게 생겼냐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둘째 언니가 유일하게 위로하며 하는 말이 서울에는 영화에 나오는 배우가 있는데 임예진이라는 예쁜
배우의 이마가 너처럼 톡 튀어나왔고 또 외국의 배우들도 그렇게 이마가 넓어야 예쁜 거라며 이마가 약간
짱구라야 정말 예쁜 거라며 말해주었다.
귀가 얇았는지 언니의 설득력있는 말솜씨 탓인지 그 말에 힘입어 이후로는 이마가 다른 사람보다 넓고
튀어나와도 그러려니 살게 되었다.
결혼 후에는 이마를 드러내야 남편이 출세한다는 말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훌떡 머리띠를 하며 내놓고 다닌 적도 있다.
지금은 예뻐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 그냥 내 멋에 사는 날들이라 편하게 대충 산다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다 내놓기는 자신이 없어서 숱 적은 앞머리를 조금 내려놓아 남들이 보기 좀 편하게 하고 산다.
이마에 관한 얘기는 이보다 더 많지만 이쯤 해야겠다.
살면서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좋은 시절도 많았다 싶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오늘날의 내가 있게 된 것이다.
개업하는 마트에서 백 명에게 준다는 작은 선물도 당첨된 적이 없는데 지인들이나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선물을 아주 많이 받는다. 일전에도 블로그를 통해 아는 동생이 커피 믹스를 안 먹는다 했더니 알 커피와
수영장 다니면서 필요할 거라고 보디로션까지 얌전히 챙겨서 보냈다. 얼마나 감사한지! 동생인데 생각은
한참 언니인 나보다 몇 배나 깊다.
올해에 그간에 없었던 이마 덕이 한꺼번에 몽땅 들었는지 근로자문학제에서 작은 상이지만 상을 받았고 그 덕분에
공짜로 해외문화체험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0/30~11/5)
근로자문화예술제 수상자 중 24명과 함께 다녀올 참이다.
언제나 냉대와 신경 쓰임을 받고 있던 이마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이마를 그러려니 포기한 순간부터 너른 이마가 공짜를 부른 것인지 모르겠다.
감사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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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친구님들! 난생처음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갑니다.
다녀와서 뵐게요. 일주일간 건강하게 즐겁게 잘 지내시길요!
회사에선 마지못해 다녀오라 했습니다.
뒤끝; 사장님 말씀이 다음부터는 글 쓰지 말라고 하시네요.^^
일전에 받은 선물
넷째 언니와 찍은 사진인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