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한참 모자라는 글이지만 잘 쓰고 싶은 마음으로 나름대로 혼자 공부를 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시인님께서(실명을 밝히고 싶으나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어느 날 제가 신변잡기 글을 올리다가 '가을 아침'이라는 시를 짧게 올렸는데 시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기분이 좋은 나머지 되지도 않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앉으나 서나 사물을 보나 사람을 보나
시로 표현하면 어떨까 나름의 고민도 하고 그랬습니다. 막상 쓰려고 하면 시는 너무 어려워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노트 두 권 분량의 시를 3년 끄적였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그 열정이 좀 희미해졌지만요.
선생님께서 글쓰기를 위한 정보도 보내주셨고 조언을 해 주셔서 제 시는 전적으로 그 선생님의
힘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없는 소질을 만들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덕분에 근로자문학제에서 입선이 되었습니다.
크고 좋은 상은 아니어도 전국 근로자가 다 응모할 수 있는 문학제이며 참가자도 많았다고 하니
벅찬 감동이고 무척 기쁩니다.
그동안 쓴 시를 골라 다섯 편을 보냈습니다.
그중에 전에 올렸던 '야반도주'가 당선작으로 뽑혔고요.
많이 부족한 시이지만 뿌듯하고 조금은 당당해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남편과 딸과 함께 KBS 시상식에 갔고요. 시 부문 입선 8명 중 대표자로 상을 받았습니다.
부족하지만 오래간만에 받은 상이라 블로그 친구님들 눈꼴 사나울지 모르겠으나 올립니다.
부디 이해해주시길요~!!
야반도주 (夜半逃走)
이 현 숙
도로위를 덜컹거리며 장롱이 달린다
낡은 고무바퀴는 제 허리를 잘라
장롱 허리춤을 돌며 바람을 보내는 길
장롱문이 삐걱 토해내는 옥양목 누런 천조각
늙은 어미의 눈물자국만 선명하게 떠오른다
펄럭이는 붉은 보따리에 총총히 박힌 별무늬 위로
진눈깨비가 날리고
구부러진 트럭 손가락마다 낡은 고무바퀴는
사선으로 얽혔다
올곧은 도로위를 구부러진 트럭이 간다
휘어지고 꺾였던 질곡마다 꿈을 접었던 이야기
언제쯤 접었던 꿈을 펼 날이 올까
밤별도 없는 하필이면 그런 날
차가운 바람이 눈물을 씻어도
진눈깨비는 눈가에만 머물고
별자리 찾아 헤매는
떠돌이 삶을 실은 장롱이 달린다
지탱하는 것은
늙은 어미와 낡은 고무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까만 밤은 하얀 진눈깨비로 희망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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