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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생일이었어요!(9월 21일)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7. 9. 26.


 해마다 생일이 돌아오면 가볍게 조용히 지나가야지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도 당일이 되면 부산하고 정신없이 맞이하게 되는데

주변에서 가만두질 않고 곳곳에서 날아오는 축하 메시지에 답하기 바쁘다.

 올해도 여전히 첫새벽에 멀리 광주 사시는 블로그 인연인 한나 언니가 카카오스토리에

자동으로 뜨는 생일 축하 창에 글을 달아주셨다. 참, 그 전에 한나 언니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알게 된 일송님이 축하를 먼저 해주셨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 식구는 기본이고 조카들과 언니 오빠들, 학창시절 십여 년 동안의 친구들,

사회 친구들, 아들 친구들, 선배와 옛 직장에 연관된 여러분들과  해외에 나가 계신 선배와 살면서 열 번도

연락하지 않은 중학교 선배며 블로그 인연까지 아무튼 사방팔방에서 축하를 해주셨다.

 얼마나 복이 많은지 해마다 나이가 한 살씩 더 먹어갈수록 축하해 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종일 전화기를 쥐고 감사 인사하기 바빴다. 복에 겨운 날이었다.


 생일날 아침 셋째 언니와 둘이 마로니에 백일장에 가기로 하여 일찌감치 나섰다.

가는 길에도 카톡에 답하느라 언니와의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여서 슬쩍 언니 눈치 봐가면서

답을 했다. 언니와 나는 해마다 마로니에 전국 여성 백일장에 가는데 내로라하는 여성 분들이 많이들 참가한다.

이번에는 연령 제한이 없어 고등학생들까지 참가했다.

 몇 번을 참가해도 욕심은 금물이다. 그저 그곳에 가는 것만으로 즐겁고 기쁜 일이기에 상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을뿐더러 쓴 글을 내지 않고 온 적도 있다.

 오래전에 언니는 수필 부문에서 큰 상을 받았고 입선도 하여 두 번의 수상경력이 있지만, 나는 전혀 없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처럼 내 글은 내놓기도 부끄러워 슬그머니 가방에 집어넣고 올 때가 마음 편하다.

 해마다 토요일에 백일장을 했는데 올해는 명절 연휴가 길어서인지 하필이면 목요일인 내 생일날이었다.

 근무해야 하니 회사에는 오전 반 차를 내고 9시에 도착하여 10시에 알려주는 시제를 듣고 후다닥 쓴 다음에

검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접수하고 돌아왔다. 언니와 나는 어차피 상 못 받을 거라며 가을 햇살 아래 앉아

열심히 글을 쓰는 여인들을 휘둘러 보고는 미련 없이 서울을 벗어났다.

 올해도 작년처럼 여성 백일장이지만 곳곳에 남자 글쓰기 선생님들이 기웃대시며 수강생들에게 응원을 보내느라

느직느직 걸으며 넘겨보고 계셨다. 응원받으며 쓰는 여성들은 천군만마와 함께이니 얼마나 든든할까 싶었다.


 내 생일에 회식이 잡힌 남편과 가족은 전날 저녁에 모여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미리 저녁을 먹었다.

아침엔 작은 냄비에 들깨 미역국을 끓여서 한 숟가락 먹고 나서려 했는데 바빠서 굶고 백일장 장소에서

커피와 함께 빵 하나를 먹었다.

 백일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언니가 회사 근처 아담한 카페에서 브런치를 사줬는데 브런치는 푸짐하고도 맛있었다.

 하지만 빵이 크고 양이 많아 한 조각만 먹고 세 조각은 남겨와 다음 날까지 먹었다.

 저녁엔 마침 훈련 기간인 아들과 함께 퇴근하여 초밥집에 들러 둘이 오붓하게 초밥을 먹었다. 실로 오래간만에

아들과 둘이 데이트를 했는데 제법 어른티를 내려고 비싼 거 시키라는 둥, 엄마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다 사주겠다며

너스레 떠는 모습까지도 좋았다.

 수영장을 가야 하는 관계로 초밥 7개를 먹으니 도저히 배가 불러 더 먹을 수가 없었는데 아들은 자꾸 더 먹으라 해서

억지로 2개를 더 먹고 급기야  2km 정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은 조용히 보내야지 하나 주변에서 시끌벅적하게 챙겨줘 나 스스로 놀란다. 고마운 분들이 주변에 아주 많이 계시기에

내 삶은 축복받은 것이 분명하구나 싶고 감사한 날들이다.










 

이 가방도 선물! 마음에 쏙 든다.

언니가 사 준 점심. 양이 어마어마해서 다이어트 실패!

푸짐~!

아들이 사 준 책!

아들이 사 준 비싼 초밥인데 맛있는 부위는 이미 먹었고, 먹다가 찍어서 다소 지저분.

딸이 사 준 로봇 청소기, 복지카드 남은 거로 샀다지만 고마웠다.


  언니가 휴대 전화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사진이 잘 나온다.

갤럭시 7과 내 전화 노트 5의 놀라운 능력 앞에 햇살 아래에서 찍은 사진은 다 지웠다.

적나라한 주름은 되도록 나만 봐야겠다. 글은 뒷전이고 여전히 언니는 나를 모델로 삼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래도록 "너는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터라

언젠가 실물보다 사진이 훨씬 예쁘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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