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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여름 휴가(2017.8.2~8.4)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7. 8. 9.

 엄마가 요양 병원에 가신 지 2개월이 지났다.

지난번에 가서 엉엉 울다 웃으며 정신없이 엄마와 얘기하는 동안에도 엄마는 

잠깐 정신이 들 때는 아쉬워서 또 언제 오느냐고 물으셨다.

 휴가 때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가를 기다렸다.

 이번 휴가가 시작되는 8월 2일에 엄마한테 간다 하니 큰 언니와 둘째 언니가 같이 가겠다 하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나 셋은 여유롭게 가서 엄마를 뵙고 왔다.

 

 지난번 엄마 모습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어 보였는데 요양 병원에서 나오는 음식은 치아가

없는 엄마에겐 반찬도 아무 형체없이 모두 갈아서 죽처럼 나왔기 때문이다.

 저렇게 드시고 얼마나 버티실까? 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걱정이었다.

 우리들의 걱정은 기우였고, 큰 오빠는 아침저녁으로 엄마에게 가서 간식을 드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도 드리며 걸음 연습까지 시켜서 지난번 꼼짝 못 하실 때와 달리 얼굴도 고와지셨고

두어 걸음 걷기도 하셨다. 큰 오빠의 노고가 눈에 보여 눈물 나게 고마웠다.

 

 이젠 오빠 스스로 몸을 챙기고 보살피기도 벅찬 나이인데 엄마를 요양 병원에 모신 후부터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

처방을 받아 약으로 겨우 잠을 잔다 하셨다. 약에 의존하지 말고 낫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으나 쉽지 않으신지

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도 뒤척이다 새벽녘 어쩔 수 없이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어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큰 오빠는 세 동생을 차에 태우고 날마다 엄마에게 가서 몇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고

군위까지 가서 매운탕을 사 주고 제2 석굴암 구경도 시켜주며 수십 년 만에 고종사촌 언니들을 만나게도

해주었다. 작은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에 가서 인사도 드리고 올케언니가 있는 요양 병원에 들러

얼굴을 보고 모처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었다.

 크게 비싸고 좋은 음식이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 주시며

현지 주민만 아는 담백한 소머리 국밥이나 허름한 집 같아도 맛은 보장하는 추어탕도 사 주셨는데 고기보다

이런 음식을 더 좋아하는 언니들과 나는 평소 식사량 보다 두세 배 많이 먹으면서 살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카는 복숭아를 커다란 상자째 사다 거실에 디밀어 주었고 질부는 다슬깃국을 맛깔나게 끓여서 들고 왔으니

친정 가서 넘치게 대우받고 와서 큰 오빠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고향의 맛을 편안하게 느끼며 누려보는 것이 얼마 만인가 싶었고 혼자라 홀가분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육십이 넘은 두 언니는 아직도 마냥 어리게 생각되는지 서로 챙겨줘서 미안하고 고마운 맘 가득하다.

 돌아오기 전날은 큰 오빠 냉장고에서 멸치를 상자째 꺼내 손질하며 이런저런 옛 추억도 더듬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질부가 작은 아이스박스 가방 세 개를 들고 와서는 냉장고에서 얼린 다슬기를 넣어주며

다슬기 삶은 국물 얼린 것도 하나씩 챙겨 넣어주었다. 가지고 가서 국 끓여 먹으라고 야무지게 챙겨줘서

고속버스지만 들고 오기 수월했다.

 하루만 자고 와야지 했는데 큰 오빠가 혼자 계시니 적적했는지 동생들 덕분에 나도 같이 휴가 보내자며 잡아서

이틀을 자고 사흘 만에 돌아왔는데 큰 오빠는 동생들과 보내서 아주 행복하고 좋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귀찮았을 텐데 아침이면 어느새 큰 오빠가 밥을 안쳐놓고 옛날 아버지처럼 잔기침을 쿨럭이며 마당을 오갔다.

여름날의 우애가 날씨처럼 뜨겁게 전해진 여름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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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해"^^ 웃는 모습 확실히 보여요~!

날마다 이곳에서 오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신다.






제2 석굴암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 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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