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하릴없이 뒹굴다 어떤 날은 채널을 돌리며
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꼭 필요치 않은 물건을 살 때도 있었다.
요즘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 홈쇼핑 방송도 시큰둥하고 뭘 사준다고 해도
있으니 괜찮다며 욕심을 버린 지 오래다.
가재도구들도 꼭 필요한 것 외엔 다 버리고 싶고 옷도 신발도 올 초와 여름에 정리하여 많이 버렸다.
집안에 될 수 있으면 짐이 없고 넓게 깔끔하게 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우리 공장에서 많든 제품이 홈쇼핑에 나오게 된다 하니 영세 업체라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앞서고 나 같은 마음을 가진 주부들이 많다면 매출은 많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홈쇼핑 방송을 앞두고 여름부터 준비하느라 원자재 구매와 많은 서류 준비며 어수선하였다.
시험성적서며 인체 무해한지 거래를 정말 하는지 꼼꼼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증빙서류와
특허받은 서류며 아무튼 서류에 파묻히게 생겼고 깐깐한 품질관리부에서 나와 실사받았다.
8월에 준비하여 추석 전에 방송하려다 미뤄지고 다시 10월 중순에 방송날짜가 잡혔으나
제품을 금형으로 누른 다음 칠해서 바로 비닐에 담다 보니 약간의 먼지처럼 비닐에 묻어나는
검은 티 때문에 방송이 미뤄졌고 이천 개 분량의 제품을 아르바이트 써가며 행주로 다 닦았으나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
준비과정도 어렵고 제품 가격은 깎일 대로 깎여 원가에 인건비도 겨우 나올까 말까 하는 계산이라
직원들은 홈쇼핑에 하지 말자는 쪽이었으나 사장님의 판단이 그러하니 준비를 하였다.
방송이 안 되고 나니 힘이 빠지고 직원이지만 회사 걱정이 많이 되었다.
이후로 다시 재도전하여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 오늘 방송 날짜가 잡혔다.
지난 목요일에 실사 나온 깐깐한 홈쇼핑 품질관리 그녀는 맨손으로 싹 닦아보다가 누런 테이프로 꾹꾹
찍어보다가 제품 설명서까지 하나하나 재차 확인하더니 다시 안 된다고 선언하고 회사로 가 버렸다.
급하게 천 세트를 준비하고 설명서도 바꾸느라 아들 친구 둘을 불러 이틀을 아르바이트시켰으나
다시 안 된다는 말을 들으니 기운이 빠지고 공장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심란했다.
심기일전하여 다시 제품의 뚜껑 부분을 바꾸기로 하고 사정을 하니 금요일 11시에 실사를 다시 나올 테니
그때까지 육백 세트는 완벽하게 바꿔놓으란다. 그렇지 않으면 방문해도 되돌아갈 거라는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아들 친구와 인력시장에서 네 명을 부르고 거래처 사장 부부와 열 명 넘는 사람이 금요일 아침
7시 40분부터 작업대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정확하게 11시가 되니 품질관리 그녀가 와서 제품 하나하나 열어보고 냄새도 맡아보며 확인을 한다.
포장해 둔 세트에서 대여섯 상자만 뜯어볼 줄 알았는데 스무 상자 이상을 뜯어서 확인하고는 확답을 주고 갔다.
방송하겠단다. 공영홈쇼핑의 품질관리를 하는 그녀가 정말 대단하고 홈쇼핑에 꼭 필요한 인물이란 생각을
하며 슬렁슬렁 보고 가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처음부터 이렇게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게 오히려 다음을 위해
좋은 거란 생각을 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꼼꼼하게 준비하리란 각오를 하게 되었으니까!
사장님을 비롯하여 모두 그녀가 돌아간 후엔 손을 놓고 웃고 그동안의 수고로움을 잊었다.
재빨리 커피믹스를 타서 내밀며 긴장을 풀고 오늘을 기다렸는데 오늘도 저녁 방송시간까지 은근 걱정되고
신경이 쓰인다.
사장님은 오후 4시 40분 방송이니 4시 반에 퇴근하여 방송을 보라고 하신 후 서울 사무실로 가셨다.
홈쇼핑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이만저만 힘들게 준비하고 깨끗이 하는 게 아니란 걸 새삼 느꼈다.
납품가격도 싸게 하지 않으면 판매가 잘 안 되니 박리다매이지만 정말 야박할 정도의 이익금이 매겨진다.
홈쇼핑에서 산 물건은 반품도 많고 이상한 고객도 많아 실컷 쓰다 반품하는 경우도 있고 물건중에 한 가지를
빼놓고 반품하는 사람도 있다 한다.
방송이 잡혀서 좋지만, 반품과 진상 고객이 나올 테니 이차적인 문제와 분쟁을 줄이고 잘 대처해야 할 일도 남았다.
어쨌거나 판매량이 많았으면 좋겠다. 회사가 잘돼야 직원도 좋은 거니까!
** 시간 되시는 분들은 오늘 오후 공영홈쇼핑 4시 40분 방송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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