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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두고 온 님은 없어도...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6. 10. 12.

 

두고 온 님은 없어도 발병이 난다.

언젠가부터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좋은 옷도 장식품도...

 

이런 마음일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우리 '엄마'였다.

엄마처럼 되려면 강산이 네 번 정도 변해야 하는데

벌써 우리 엄마처럼 의욕상실이라니!

 

한동안 염려되었던 다이어트도 먹고 싶은 게 없으니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욕심이 없어지니 편안했다.

단지 주변 사람들이 어려워했다.

듣기 좋은 꽃 노래도 한두 번이지 몇 달째 이어지는 감기에서 목으로 발로

기력이 쇠해서 빠른맥이고, 한의원 하는 외사촌 동서는

 "형님 이렇게 약한데 어찌 사셨어요? 의지로 사셨네요."라며 보약을 먹고 건강해지라 한다.

 

하여, 보약을 지었는데 결제하는 순간 당황했음을 고백한다.

좀 싸게 해줬다는데 45만 원이고 몇 년만에 먹는 한약이라 가격을 모를 수밖에 없어서

놀라는 기색을 애써 감췄다.

아마도 50만 원에서 5만 원을 덜 받은 듯했다.

 

기운을 차리기 위해 커피도 끊고 먹지 말라는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럭저럭 2주가 지나니 전보다 나아진 몸이다. 보약의 효과라 믿어야지!

와중에 왼발 앞쪽이 걸을 때마다 아파 한동안 침을 맞다가 어제는 우리 동네

유명한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같이 보는 곳으로 예약하고 갔다.

 

번호표를 뽑아야 진료를 받는 그곳에 운 좋게 전화 한 통화로 예약하고 가니

7 년 만에 만난 의사 샘은 알은체하시며 발을 꼼꼼히 검사하신다.

발등에 큰 주사기에 든 약을 대여섯 군데 주사하고 난 뒤(무지하게 아팠다)

침을 여러 곳 맞았고 전기치료까지 했다.

어제까지의 아픔이 10 이었다면 오늘은 3 정도로 나아졌다.

 

두고 온 님도 없는데 발병까지 낫다.

십리도 못 간 게 아니라 꿈쩍도 않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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