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날씨가 맑아 햇볕은 여전히 따가웠고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병원 다녀오는 길에 상가 뒤뜰 주차장에서
화사하다 못해 눈부신 꽃들에 정신이 팔렸다.
가을에 핀 꽃이라 색이 더 고와 보이고 정성으로 키운 어느 임의 손길이
감사하게 전해지던 날.
도라지 꽃 한 송이 꿋꿋하여라!
아름다운 계절인데 여전히 빌빌대는 나는 세월에 꺾이는 몸을 이끌고
병원 문턱만 닳게 다닌다.
목이 많이 부어 침 삼키기도 어려워 자발적으로 찾아간 일요일에 문을 연 이비인후과가
얼마나 감사하던지!
의사 선생님 말이 약 먹고 낫지 않으면 큰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입원을 고려해야 한단다.
다행히 어제 이비인후과에선 입원은 안 해도 되겠다며 아픈 쪽이 상당히 중요한 기관이라
치료 잘해야 된다고 약 먹고 푹 쉬는 수밖에 없단다.
올여름 내내 목감기와 몸살에 골골대느라 저녁 산책조차 힘에 겨웠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기운이 다 빠지고 가까운 곳에서만 대화할 수 있다.
되도록이면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원치 않았지만 무척이나 여성스럽게 얌전한 모습으로 지내는 중이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고 목놓아 부르던 노사연의 '바램'
이란 노래 가사와 다르다는 걸 실감하는 날들.
사실은 늙어가기가 이렇게 힘들다는 걸 몸소 느끼는 중이다.
주부가 아프면 온 가족이 속상하다.
딸은 직장 다니면서도 집안일을 다 하겠다고 설쳐대 미안하고, 남편은 청소며 빨래에
결국 직장 그만두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지만, 정작 나 자신은 망설여진다.
내일이면 시누 다섯과 시어머니가 명절 지내러 우리 집으로 오신다는데 음식 준비도 해야겠기에
마트에서 조금씩 장을 봐 오는 것도 힘에 겨워 어제까지 세 번에 걸쳐 장을 봤다.
내 몸이 버텨줄지 신경 쓰이고 오늘 기적처럼 말끔히 나아졌으면 좋겠다.
블로그 친구님들은 아프지 마시고 항상 건강하시기 바라오며,
명절 행복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