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시간이면 자주 베란다에 나가
화분에 물을 주며 군자란을 쓰다듬고 초록 화분들이
별 탈 없이 잘 자라기를 소망하며 한참을 서성인다.
지난주 어느 날 남편이 화분이 많다며 서너 개만 두고 누굴 나눠 주든가
갖다 버리라고 해서 어이가 없어 매몰차게 몇 마디 던졌다.
내 눈엔 적은 숫자인 듯해 늘이고 싶어도 참고 있는 걸 전혀 모르다니!
감성이 메말랐네, 사람이 어떻게 의식주만 아느냐,
책을 읽느냐, 영화를 좋아하느냐.등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는 자신에게 놀라면서 그냥 했다.
다른 집들에 비해 화분이 많은 것도 아닌 편이며 올 초까지
꿋꿋하게 붉은 꽃을 툭툭 떨어뜨리던 동백나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말라 버린 것도 속상하던 차에 와르르 쏟아내고는
여긴 내 구역이니까 더이상 간섭하지 말라고 선언했다.
토요일날 직원 결혼식 다녀오면서 불쑥 국화 화분 두 개를 선물이라며 내밀었다.
어안이 벙벙한 나는 화분 줄이라면서 왜 사 왔냐고 물으니
베란다에 온통 시퍼렇고 꽃이 좀 피었으면 좋겠단다.
하필이면 국화냐고 다른 예쁜 꽃도 많을 텐데... 라며 아쉬워하니
가을엔 국화가 최고라며 향을 맡아 보란다.
정말 꽃이 피지 않았지만, 향기가 그윽했다.
일요일 낮엔 다시 베란다로 나가 시커먼 얇은 비닐을 벗기고
구석에 빈 화분을 꺼내 이렇게 심었다.
그러고 보니 겨울에 붉은 동백이 한동안 피어 있었고,
봄날 군자란만 화들짝 핀 후로는 항상 초록만 가득했기에
가을 국화가 피면 그것도 괜찮겠다.
그동안은 초록을 좋아해서 꽃 생각은 못했는데 창밖을 봐도 메타나무의
초록 세상이요, 베란다도 온통 초록이다.
거실과 부엌에도 초록만 몇 개 있어 실내 화분까지
싱크대에서 물을 주며 닦아주었다.
꽃이 언제피려나? 무슨 색이 나올까?
국화 옆에서 깊어가는 가을을 만나게 될 날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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