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화도 문화센터가 1년 전에 생겼다.
문을 연 작년 11월부터 인터넷으로 회원 등록하다 잘되지 않아서 올 2월 센터에 방문하여 회원등록을 한 후 매월 23일에 인터넷으로 수영 수강 신청을 접수한 지 근 1년이 되었지만, 무작위로 컴퓨터에서 추첨하는 터라 빈자리는 몇 개 나질 않고 새로 접수하는 사람은 많으니 매사 운이 별로인 내겐 그 행운이 오질 않았다.
매월 25일까지 당첨이 되어도 회비를 내지 않거나 기존회원이 다음달 회비를 내지 않은 자리를 매월 26일 아침 6시부터 선착순 접수한다는데 10월까지는 매월 26일 새벽에 나갈 생각도 못 하고 이른 출근이라 갔다 오면 회사에 늦을까 봐 나서지도 못했다.
혹시나 하고 올여름 수영복과 수영모자 물안경까지 사서 준비했지만, 여전히 다달이 수강 신청하고 탈락을 거듭했다. 11월에는 26일이 토요일이라 5시 4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26일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에 일어나 여유롭게 센터로 갔다. 출입문을 여는 순간 놀라 자빠질 뻔했다.
5시 50분도 되지 않았는데 이른 새벽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와 기다리다니!! 부지런한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놀라움도 잠시 순서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줄도 서지 않고 서성거리기에 6시에 우르르 줄을 서는지 궁금해하며 멍하게 안내원들을 쳐다보며 눈치를 살피니 앞에 번호표 뽑는 곳이 있었다.
번호표를 뽑으니 34번이다. 사람들은 그보다 많아 보였는데 가만 보니 남편이 아내와 동행한 모습이 많았다. 남편들의 외조가 대단하다.
기다리다 보니 6시 땡 하는 순간 1번부터 접수가 시작되고 6시 20분경에 내 차례가 되었다. 주 5일 빈자리 먼저 물어보고 다시 월수금 빈자리를 묻고 다시 화목을 물었다. 그 중에 남은 자리는 화목에 딱 한 자리뿐이었다. 등록을 하고는 주 2회지만 열심히 다녀야지 결심하였다.
네 명의 언니 중 두 명의 언니가 수영강습을 받고 있어 수영에 관해 물어 보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생초보 수영에 관한 글도 뒤적거려 읽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완전히 달랐다! 수영장에 몇 번 다니면서 이렇게 재미있고 할 얘기가 많이 생기다니 놀랍다.
12월 1일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조심스레 문화센터에 갔다.
난생처음 수영을 강습받는 날이라 떨리고 걱정되고 낯설고 그랬다. 안내하는 분에게 자초지종 물어보고 카드를 받고 단말기에 카드를 대니 한쪽에서 번호표가 슬금슬금 나온다. 번호표를 들고 수영장 탈의실로 가니 나이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앉아서 관리업무를 보고 계셨는데 먼저 인사를 하신다. 얼결에 인사하고 번호표를 들고 두리번대며 그분에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하니 차분하게 알려주셨다.
수영복과 세면도구를 들고 샤워실을 가다 보니 한 곳에 6명씩 사용할 수 있게 된 여러 개의 샤워실이 있었다. 주춤거리며 들어가니 인상 좋은 분이 싱긋 웃었다. 역시 티가 났던 모양이다. 마주 웃으며 어색하게 처음 왔다 말하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된다고 했다. 그분과 옆에서 준비 중이던 두 분은 서로 나도 처음엔 그랬다며 샤워하고 수영복 입고 같이 나가자며 살갑게 챙겨주었다. 일단 다행이라 여기고 비누칠을 하고 수영복을 입어야 잘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머리를 묶어 튀어나온 이마와 함께 수영모에 집어넣고, 물안경을 모자 위에 단단히 올리고는 수영복을 입었다.
수영장으로 가는 동안엔 괜히 민망하고 어색했다. 남들은 잘 다니는데 영~ 나만 쳐다보는 기분이랄까? 뭐 그랬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세상에 날씬한 사람들만 수영하러 다니는지 내 눈에 내가 가장 뚱뚱해 보였다. 11월 들면서 그동안 아프다고 보약이며 닥치는 대로 먹어댔더니 그 효과인지 갑자기 살이 1킬로 이상 쪘고 얼마 전부터 다시 주말엔 가벼운 산행을 하고 저녁에 걷기도 했지만, 한번 찐 살은 다시 빠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목욕탕에 가면 아직도 나보다 통통한 아줌마들이 많아 나름 관리를 잘하고 있다 여기며 살았는데 수영장에 가니 다른 세상이고 관리를 많이하는 사람들이 하는 운동인가 싶었다. 지금까지 다섯 번 갔는데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지 역시 물을 좋아하니 물에서 하는 운동이 맞는 것도 같다. 처음에 나를 챙겨줬던 두 분은 나보다 한 살 위와 세 살 위 언니들이었는데 내년엔 가장 집이 가까운 한 살 위 그분이 집으로 초대하겠다며 같이 차 마시고 그러자고 하였다. 이제 슬슬 동네에서 사람 사귀기가 시작되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 잠시 같이 다녔던 언니도 만났는데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유인즉! 전엔 아주 야리야리하더니만 살이 많이 쪘다며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꾸 쳐다보며 놀라워했고, 그 언니는 통통했던 살이 다 빠지고 나와 반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낭창 하던 몇 년 전의 모습이 그리워 열심히 운동해야지 다짐했다.
초보반 잘생긴 선생님은 대여섯 명 되는 초보 반에서 나를 보고 우리 반에서 사모님이 최고예요! 우리 반 에이스라며 수시로 말해서 쑥스러우면서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오늘 밤에 여섯 번째 가는 날이다. 가서 열심히 발차기 연습을 해야겠고 키판을 들고 음파도 연습해야 한다.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역시 신이 나고 즐거운 일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가 만사 (0) | 2017.01.16 |
---|---|
~소소한 일상, 소소한 이야기~ (0) | 2017.01.02 |
우리 데이트할래? (0) | 2016.12.12 |
제품이 홈쇼핑에! (0) | 2016.12.05 |
두고 온 님은 없어도... (0) | 2016.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