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산골짜기로 출퇴근하다 보니 몇 명만 타고 다녀 항상 조용하다.
매일 같이 타고 앉아 있는 사람과 어떤 사람이 어느 정거장에서 내리는지도 훤한데
모두가 다 내린 후 종점에서 나 혼자 내린다.
벌써 이곳으로 출근한 지도 한 달 후면 꽉 찬 3년이 된다.
아침마다 버스를 타면 습관적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에서는 "안녕하세요?"가
당연하게 나온다. 어제부터는 그 인사를 '사람 봐 가면서 해야지!' 생각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버스를 타면서 카드를 대기 전에 입에서 덜렁 "안녕하세요?" 가 먼저 나가 버렸다.
에구머니나! 그 젊은 기사가 몇 개월 전부터 운행하는데 단 한 번도 인사를 받아 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괜히 버스를 타고 있는 사람들도 항상 그 사람들인데 받아주지 않는 인사를 혼자 하기가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릴 때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라 또 카드를 찍고 "수고하세요!" 란
인사를 하는데 여전히 대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기사분들은 인사를 하면 같이 인사하고 내릴 때도 꼭 인사를 주고받는데
가끔 답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어쩌다 한 번이지 대부분의 기사분은 인사를
잘 받아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분도 많다.
화도읍에서도 시내 끝자락과 끝자락만 다니는 두 대의 버스라 항상 기사도 같은 분이기
때문에 어디에서 누가 타는지 훤히 아실 거다.
하긴 오지랖 넓게 인사를 하다가 2년 전 그 기사분처럼 전화번호를 주며 넌지시 데이트 신청
을 하거나 오해를 받으면 안 되는데 어딜가도 인사를 하게 되니 어쩔 수가 없다.
우리 아버지께서 강조하시던 인사만 잘하면 된다는 그 말씀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습관화되었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답이 없는 인사에 서너 명 앉아있는 버스를 타면서 왠지 민망해서 저 기사가
오는 날은 절대 인사를 안 해야지 하다가 버스를 타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인사를 하고 내릴 때
대답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내린다.
좁은 읍내를 하루에 열 번 이상 돌고 도니 젊은 나이에 지루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겠구나! 이해해야지
하다가도 언젠가부터 주고받는 인사에 익숙하다가 이 젊은 기사의 무뚝뚝한 표정과 대답 없음이 거슬렸다.
거슬렸다는 것은 내 마음이 순수하지 못하고 대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내가 답을 바라지 않고 하는 인사라면 그저 답에 연연해 하지 말고 나 할 도리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속물근성이 가득한 마음을 씻어야지 마음먹어본다.
짧은 거리를 버스 타고 다녀도 얘깃거리가 생기니 사람 사는 곳은 어디라도 얘깃거리가
생기게 마련인지라 이런 게 더불어 사는 세상의 기초가 아닌가 싶다.
(남양주시청 맞은 편 목민심서가 적혀있다. 살풋 눈 내린 날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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