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쓰레기 봉투 속에서 세상을 뒤적이는 모습이 보였다.
먼바다에서 건져 올린 새우 꼬리가 세상에 나올 때부터 죽기 전까지도 몰랐던
회색 시멘트 바닥 염화칼슘 녹아내린 위에 뒹굴었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머리는 노란 음식쓰레기 봉투에 담겨 분리수거 되고
몸은 어느 님에게 보시했을 새우의 마지막 모습이다.
양질의 단백질 덩어리로 사랑받은 휜 등과는 달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휴지들과 나무젓가락과 함께 종량제 봉투에 담겼다.
빨간 새우 꼬리가 그녀에 의해 겨울 바닥에 떨어지자 새우 꼬리처럼 붉은 옷을 입은
그녀가 슬그머니 주워들었다. 새우 꼬리의 행방이 묘연하다.
이틀을 그녀와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만났고, 휴일이 지나고 다시 그녀를 만났다.
버스를 기다리는 잠깐 시계처럼 정확히 그녀와 나는 눈 마주치는 법 없이 초를 다투어
서로를 보았고 서로를 모른 척 무언의 대화를 한다. "또 만났네요", "또 지나가시네요"
염화칼슘이 녹아내린 차도를 보며 서 있는 나와 네모난 블록을 밟으며 인도를 걷는 그녀.
내 눈치를 보며 전봇대 뒤에 모여있는 쓰레기봉투를 뒤진다.
날씨보다 옷이 얇다. 언제나 같은 옷에 같은 머리띠가 덥수룩하다.
어쩌면 그녀도 망각이 시작된 건지 모르겠다. 아마 그럴 것이다.
어려웠던 지난날의 살림살이를 찾던 습관인지 모를 일이다.
나는 애써 보고도 못 본 척 도로 쪽으로 시선을 모은다. 그녀에 의해 쓰레기봉투 속 물건들이
하나둘 뒤척이고 먹다 버린 도시락이 꺼내지고 새우 꼬리를 떨어뜨리고 튀김 조각을 집어 든다.
편의점 앞 쓰레기봉투는 그녀에게 늘 푸짐하다.
옆에서 나를 태울 버스가 슬금슬금 다가왔고 나는 말릴 생각도 없이 차에 올랐다.
다음 날도 그다음에 만난 날도 같은 행동을 했다.
나는 모로 서서 그녀 주변을 응시하며 무언의 압박을 했다. "뒤지지 마세요, 더러워요!"
세 번을 만나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로도 대화가 된다.
그녀는 가재걸음으로 위로 걷기 시작했다. 나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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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나는 무척 게을러지고 있다. 이 글도 달포 전에 끄적이던 노트를 뒤적이다 보았다.
모든 게 싫어지고 귀찮아지고 관심이 무뎌졌음을 깨닫는다. 되는대로 그저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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