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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유럽여행(2016.5.18~이탈리아.피렌체)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6. 6. 16.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이른 아침 6시 50분에 3일 동안 묵었던 엘비라 호텔을 나섰다.

 대리석 바닥 빼고는 좋은 것이 없었던 호텔은 근처 마트보다 6배나 비싼 물값을 받으며 폭리를 취하고 있었으며 다른 어느 호텔보다 불친절했고 지배인과 직원들은 모두 덩치가 컸고 문신도 여기저기 있어서 조금 무서운 곳이었다. 앞으로 묵을 호텔은 설마 이보다 못하진 않겠지! 라며 즐겁게 나섰음이 사실이다.

 

 그동안 이탈리아 지도에서 장화 모양의 복사뼈 약간 위쪽에 있었다면 이젠 장화의 위쪽 오른쪽 가까이 까지 가야 하는 긴 여정이었다.

 여행하면서 중간에 휴게소에 들리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역시 휴게소에 들러 초콜릿도 사고 작은 오렌지 서너 개를 그대로 집어넣고 갈아 주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거나 카푸치노를 한 잔 마시는 기대를 하고 버스를 탔다. 처음엔 이탈리아에선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한다는 소문에 따라 미예와 나는 에스프레소를 마셨지만, 그 쓴맛보다는 카푸치노가 좋았다. 우린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한 잔으로 둘이 나눠마셨고(웬만하면 큰 컵에 주문)주스는 남편들을 한 잔씩 준 다음 뺏어 마시기도 했다.

 

 여행정보에서 보지 못했던 곳이 단테의 생가였는데 가게 되어 반가웠다. 여행사에서 한 곳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임에 감사해 하며, 이탈리아 동네 골목을 조금 돌아보는 재미도 느꼈다. 여전히 모든 길은 시내도 마찬가지지만 돌을 깔아 두었기에 우리처럼 몇 년에 한 번씩 바꿔야 하는 일도 없고 영구적이라 좋겠다 싶었다. 오래되어 반지르르한 골목길도 부러웠다. 우리나라보다 도로공사 예산은 만큼 줄어들겠지 싶다.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라 불리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두오모 대성당)을 둘러 보았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성행한 돔 건축의 유래가 되었다는 성당은 커다란 돔이 한눈에 들어 와 엄청난 위상을 보여준다. 판테온의 돔을 본떠 이 성당을 설계했다는데 돔 바로 옆에 커다란 첨탑 캄파닐레가 있다.

 성당 맞은편에는 팔각형의 낮은 건물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세례를 받는 세례당이 별도로 지어졌단다. 구약 성경의 내용을 부조로 나타낸 천국의 문이 그동안 봐 온 수많은 조각과 부조들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청동 조각으로 되어 있는 이 문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왔구나! 싶었다. 성 베드로 성당을 본 후로 더는 멋스러운 건축물이 있으랴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섣부른 생각이었다는 생각을 이곳에서 하게 되었다. 커다란 돔으로 된 두오모 대성당의 당당한 모습에 황홀했으며 천국의 문을 보며 말문이 막혔다.

 

 이후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보기 위해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보니 멀리 두오모 대성당과 베키오 다리가 보였다. '다비드상'을 보며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미켈란젤로는 해부학을 공부하였기에 근육의 움직임은 물론 핏줄의 위치까지 표현했으니 당대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 그리고 대대손손 전무후무한 예술가로 남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부유한 상인들은 예술가들에게 많은 성당과 건축물을 짓게 하였고 그림을 그리게 하였기에 말하자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예술의 도시를 만든 셈이다. 이를 보기 위해 세계 많은 나라에서 여행을 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세계 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등재된 50% 이상이 이탈리아에 있다 하니 그것만으로도 수입이 굉장할 것이다. 오늘날의 부자들은 어떠한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갑부들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날 피렌체를 구경한 후 모처럼 이른 시간에 물 위의 도시 베네치아로 갔다. 아주 좋은 호텔에 투숙하게 되어 기분도 좋았고 여유로운 시간이라 미예와 함께 마트도 가고 좋아하는 체리가 워낙 싸기에 체리를 사 먹으며 살금살금 내리는 비와 함께 조용조용 말하는 미예와 호텔 근처 상가를 다니며 구경도 했다. 베네체아에 대한 기대를 품고!

 

(단테 생가 앞, 단테 조각상)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세례당 앞인데 사진이 이것 밖에 없어서...)

 

(기베르티의 청동 부조물. 수년에 걸쳐 완성된 섬세한 작품에 찬사를!)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멀리 두오모 대성당이 보인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인천에서부터 함께 한 인솔자 김미지 님. 갈수록 예뻤던 숙녀이고 성격도 좋아 단 한 번도 짜증 내지 않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다음에도 여행가게 되면 이런 분과 가고 싶다.)

(어느 광장인데 어딘지 절대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