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에서 다시 호텔을 찾아 들어섰을 땐 한 마디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방은 작은데 아주 오래된 건물이라 객실 열쇠도 옛날에 돌려서 잠그는 거로 되어 있었고 욕실의 샤워실은 사각 모퉁이에 거짓말 안 보태고 가로세로 50cm 정도에 샤워기만 달랑 달려 있었으며 미닫이 형식으로 양쪽에서 문이 닫히게 되어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 놀라고 깔끔치 못한 이부자리에도 놀라며 우리나라의 숙박시설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관광지 이탈리아가 이렇다니! 하고 실망했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해 많은 유럽은 옛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수리를 한다 해도 외관은 그대로 둔 채 내부만 조금씩 수리해서 좁은 길도 불평 없이 살아간다고 한다.
땅은 좁은데 무조건 크고 넓게 짓는 우리도 문제이고 넓은 땅을 두고도 개발엔 제한을 두고 불편하지만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 감내하고 살아가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우리가 지금이라도 배워야 되겠다 싶었지만, 심각하게 불편하고 열악한 곳은 뜯어 고치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했다.
복도와 층계는 모두 대리석으로 쫙~ 깔렸었다. 이 비싼 대리석으로 이렇게 만들 바엔 객실에 투자를 좀 더 하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솔자의 설명을 들었기에 그들의 사고방식이니 인정하기로 했다. 이런 돌이 우리나라에도 나온다면 재료가 좋으니 우리 역시 선조들의 덕을 보며 살고 있으리라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고개 끄덕여 졌다.
이탈리아의 산은 대부분 대리석인 돌산이어서 산을 파면 비싼 대리석이 흔하게 나오기 때문에 흔하게 쓰였나 보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간중간 파헤쳐진 산과 돌 공장이 자주 보였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절대로 없어지지도 않고 더 단단해지니 대리석의 장점으로 많은 문화유산이 수천 년을 가고 세계 문화유산의 약 60%가 이탈리아에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처음 돌을 파서 조각을 할 때는 물렁물렁해서 조각하기도 쉽지만, 시간이 갈수록 굳어진다 하니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든 유명한 조각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서둘러 준비하고 폼페이로 향했다. 베수비오 화산재에 묻힌 비운의 도시로 가면서 작년에 아들과 함께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폼페이전을 보았기에 현장을 본다는 기대가 컸다. 아픔의 도시 폼페이의 유물과 당시의 흔적들을 보면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힘을 느꼈다. 지금도 베수비오 산의 연기가 구름과 같이 흐르고 있었다. 화산재에 묻힌 아픈 현장은 2천여 년 전의 도시지만 공중목욕탕도 있고 그 시기에도
집의 구조와 신전들을 보면 얼마나 호화롭게 잘살았는지 조금은 알 수가 있었다.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엔 소렌토로 향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카프리 섬으로 갔는데 1인용 리프트를 타고 올라 카프리 섬에서 카푸치노를 마시고 운 좋게 카프리 섬의 파란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날이 자주 흐려서 그곳을 볼 확률이 아주 낮다고 했는데 빗방울이 오락가락했어도 우리가 갔을 땐 잠시 해가 떴었다. 축복받은 날이었다.
축구선수 박지성이 신혼여행을 왔다는 카프리 섬의 호텔을 쳐다보며 저기가 그리 좋은 곳인가? 라며 건물 외관만 쳐다봤는데
1박 하는데 2천만 원 정도라고 했다. 호텔은 물론이고 주변 청정 지역의 공기와 바람... 모든 것이 천국이었다.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 싶었다.
카프리 섬을 둘러보고 세계 3대 아름다운 항구 중의 하나인 나폴리 만의 산타루치아 항에 들어섰다. 다소 지저분했지만, 어느새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루치아, 산타루치아"가 흥얼거려졌다.
나폴리만의 나폴리와 소렌토가 이어지는 해안의 가파른 절벽은 하늘과 바다의 중심에 놓인 다리 같았다.
멀리서 보면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지중해의 해안 풍경은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었고 청명했다. 놓치기 싫은 마음들이 자꾸만 바다를 향하고 있었음은 여행객 모두의 마음일까? 차를 세우고 훈훈한 바람을 맞으며 사진찍기에 급급했다.
산타루치아 항엔 세네갈에서 건너왔다는 흑형들이 명품 가방의 모조품을 팔고 있었는데 하나에 10유로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두 개를 주겠다는데 그러면 하나에 6천 원에서 7천 원 밖에 되지 않는 가격이다. 대부분이 돌아보지도 않는 가방을 팔고 있는 그들은 하루에 몇 개나 팔까 싶기도 하고 저렇게 해서 과연 돈을 벌기는 할까? 싶었다. 어느나라나 빈부의 격차가 있고 가난한 나라의 국민은 잘사는 나라로 돈을 벌러 가야 하는 현실이다.
가이드가 하는 말이 저 가방을 사 들고 돌아가서 지인들에게 선물을 주면 가방 선물 받은 사람이 좋다고 들고 다니다가 물이 튀거나 비를 잠시 맞게 되는 날은 난리가 난단다. 뻘건 물이 줄줄 나오고 노란 물도 나와 옷에 다 물들 테니 절대로 사 가지 말라고 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호텔을 나서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후 느지막이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그날의 아픔. 개가 목줄에 묶인 채 발버둥치는 모습이다.)
(아이)
(앉은 채로 순식간에 불어닥친 화산재에 덮히고)
*카프리 섬, 소렌토, 나폴리 항 *
(카프리 섬의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바다)
(비가 자주 내리고 안개가 잦아 맑은 날은 극히 드물단다. 이렇게 안개 속에서 볼 수 있게 된 것도 축복이라 함.)
(카프리 섬 꼭대기로 올라가는 리프트. 무서웠으나 좋았다.)
(카프리 섬 꼭대기에서 카푸치노를~)
(산타루치아 항의 카스텔 델로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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