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내식 사진만 봐 온 나로선 기대 가득했다. 오후 2시 30분 출발 후 두어 시간이 지나자 바로 아리따운 스튜어디스가 "양식 소고기로 하시겠습니까? 한식 쌈밥으로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캬~! 좋은 거! 우린 양식으로 우아하게 먹겠다며 주문하고 미예 남편은 혼자 쌈밥으로 주문했다.
배가 아파 아침도 거르고 점심은 호박죽을 먹었기에 조심스러웠지만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으랴~며 맛있게 먹었다. 식후엔 바로 내린 커피가 제공되어 마시며 긴 11시간 50분 비행시간 중 3분의 1을 보낼 즈음 비비 꼬여가는 몸을 기지개로 만족하며 영화를 보기도 하고 자다 깨기를 반복했는데 얼마 후 또 간식이 나왔고, 다시 두어 시간 지나니 또 식사가 나왔다. 양식과 한식을 시켜 맛을 보며 사육당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배가 볼록해졌음을 인정하며 그래도 좋았다!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지만 가끔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난기류를 만나 흔들린다고 했다. 세상에 이렇게 높이 떠서 날고 오래 탄 비행기는 난생처음이니 무섭기도 했다.
그동안 못 봤던 영화 3편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또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영국 히스로 공항에 도착하였다.
영국에선 까다로운 입국심사가 있어 두 시간 정도 걸렸고 이후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는데 아뿔싸!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호텔로 들어선 우리는 깔끔한 호텔이라 기분이 좋았고 우리 나라와 8시간의 시차가 있다지만 시차 적응이니 뭐니 상관없이 잠도 잘 자고 다음날 개운하게 영국에서 아침을 맞았다.
아침을 현지식으로 빵과 햄, 커피로 먹고 여유롭게 준비하고 런던 시내 관광에 나섰다. 템스 강 변에서 영국 가이드를 만나 설명을 듣고 국회의사당과 빅벤을 둘러보고 버킹엄 궁전에 들러 대관식을 보기 위해 어마어마한 인파 속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대관식 시작도 전에 가방 조심하라는 인솔자의 말이 수신기를 통해 다시 들려오고, 워낙 처음부터 강조해서 가방은 끌어안고, 더군다나 서양사람들 틈에서 키는 작지, 비는 오지, 우산은 들었지... 하여 멀찌감치서 군위대가 오는 모습만 보고 돌아섰다.
버킹엄 궁에 오늘은 여왕이 안 계시다는 신호로 궁전에 어떤 깃발이 없다고 설명했는데 모르겠다. 많은 것을 들어도 듣고 나면 그뿐이고 다 잊어 버리게 되었다.
영국 시내를 돌다 오후엔 대영박물관을 가는 일정이다.
입구에서 머지않은 곳에 모하이 석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영국 가이드가 이집트에 관한 설명을 얼마나 자세히 해주는지 지루하기도 하고 시간 가는 게 아깝기도 했다. 사실 공부처럼 들리면 일단 졸리기 시작하고 딴짓을 시작하는데 이건 뭐 300만 점의 문화재 앞에서 이러다 시간 다 가고 몇 개 못 보겠다는 눈빛 교환이 있기도 했다.
장황하고 성실한 설명을 들으며 속으로 무식을 들키지 않으려 인내를 했다. 드디어 1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우린 다른 나라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발동한 애국심으로 한국관을 찾아 나서다 결국 못 찾고 잠시 이집트관 옆을 둘러보려는데 사이렌이 울리고 스피커에선 긴박한 음성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급박함이 느껴졌고 무서웠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성과 함께 모든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대로 한 사람도 뛰는 사람없이 차례로 정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사람의 숫자는 몇 천 명에서 만 명은 족히 돼 보였다. 후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된 우리팀은 후문 쪽을 향해 갔지만, 직원들이 못 나가게 막아서 다시 정문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도 워낙 규모가 큰 박물관이라 정신이 혼미하고 무작정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니 후문 앞에서 인솔자와 가이드는 아무것도 모른 체로 카페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둘 팀원들이 모여지고 대영박물관 외관만 쳐다보며 아쉬움을 안고 버스에 올라 도착하지 못한 세 명을 어렵게 만나 가이드가 안내한 어느 가게로 가 선물을 사고 아쉬움에 영국 거리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듯이 차창 밖만 바라보다 오후 4시반 열차를 타고 저녁 도시락을 하나씩 받아 들고 프랑스로 향했다.
나중에 가이드가 말해주었는데 다른 가이드를 통해 들어보니 대영박물관에서 누군가가 사진을 찍느라 검은색 메는 가방을 잠시 벽에 기대 뒀는데 그 가방이 문제가 되어 비상이 걸렸고 테러와 관계가 있을지 몰라 모두를 내 보냈다고 한다. 질서정연하게 빠져나가는 모습과 카페나 기념품 가게에서도 모든 행동을 멈추고 돌아서서 나가는 모습들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이후 파리 가이드에게도 들었지만 유럽에선 낡은 유모차 하나가 버려져 있어도 비상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에펠탑 근처 공원에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서성거려 이유를 묻고 보니 공원 옆에 버려진 낡은 유모차 때문에 군인들이 와서 조사하는 중이라고 했다. is에 대한 대처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지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템스 강을 바라보며. 여행 첫날이라 나름 뽀송뽀송하다. 이후 갈수록 꾀죄죄)
(버킹엄 앞 대관식 시작 전)
(영국 시내가 다 보인다는 런던 아이, 비가 와서 그저 봤다는 기념으로...)
(대영박물관 모하이 석상. 여기서 시간 다 보내다시피...)
(이집트 석관. 뚜껑이 덮여 있고 무게가 엄청나다고 한다.)
(대영박물관에서)
(대영박물관 후문)
(영국 런던 시내)
(프랑스로 가기 위해 영국 어느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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