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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유럽여행(2016.5.10.화요일)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6. 6. 3.

 정확히 2년 전부터 친구 미예와 나는 유럽여행을 꿈꾸었다.

 미예 남편과 우리 남편은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물론 소속된 구(區)는 다르다. 전에는 같이 근무한 적도 있지만) 장기근속 휴가가 우린 작년 열흘 올해 열흘이었고, 미예네는 올해와 내년 각 열흘씩이다. 우린 작년부터 작정하고 유럽으로 가자며  들썩거렸다.

 미예 남편은 결혼 25주년이 되기도 했기에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가겠다고 하였고, 물론 빚이 있는 집도 아니다.

우리 집도 선뜻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쓰기엔 돈도 없지만 돈 쓰는 거 아깝기도 하고 소심하기 짝이 없는 트리플 A형 남자라선지 IS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그냥 거제도나 남해 쪽으로 여유롭게 돌고 오자고 했다. 이미 작년에 열흘간의 휴가를 썼지만, 나의 직장관계로 초파일 연휴에 맞춰 부산으로 2박 3일 여행하고 이후 집에서만 지냈으니 올해의 열흘은 꼭 어딘가로 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작은 업체에서는 하루만 결근해도 안 되는 터라 서유럽 예약을 하고 난 3월 초엔 사장님과 공장장에게 말씀을 드렸다. 

 4월 말까지만 다닐 수 있으니  여직원을 구하시라고. 뜨악한 표정이 된 사장님은 왜 그러느냐, 다른 곳에 가느냐고 물으셨고 계면쩍은 웃음으로 여행을 다녀 오려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기간을 물으셔서 2주간이라고 직장인으로선 다소 긴 일정이라 상황을 말씀드리니 의외의 말씀을 하셨다.

 "아니, 고작 2주 때문에 그만둔다는 거야?, 갔다 와. 괜찮아 갔다 와." 이러셨다. 뒤이어 일도 없는데 뭘 그러냐는 말씀에 아무리 일이 없어도 컴퓨터로 장부며 인터넷 뱅킹이며 불편하실 거라 했더니 다 적어 둘 테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라셨다.  속으로 '오~예!' 쾌재를 불렀음을 솔직히 인정한다.

 전에 잠시 8개월을 쉬어보니 막상 집에서 한 두 달은 좋아라 쉬었지만, 이후론 아는 사람도 없고 슬슬 알 수 없는 조바심이 일었기에 아직은 좀 더 직장을 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어 여행 다녀와서도 직장생활을 좀 더 해야겠단 마음을 먹고  여행 떠나기 며칠 전부터 그동안 필요한 서류가 혹시 있을지도 몰라 주요 연락처와 잦은 택배 주소며  전화번호를 책상 위에 하나씩 메모하고 붙여 두었다.

 

 이후로 미예와 나는 서로 카톡과 통화로 열심히 준비과정을 상의했고 서로가 다른 사람의 여행 후기와 그곳이 날씨며 많은 것들을 살피며 여행 날짜를 기다렸다. 전에 일본과 중국 여행을 해 본 미예는 인천공항을 가 봤지만 나는 여태 인천공항도 못 가봤고 해외여행도 처음이었기에 긴 비행시간도 걱정이 되었고 여행 일자가 다가올 때는 가지 말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하지만 여행 전날은 기분 좋게 이왕 가는 거 즐겁게 잘 다녀와야지! 라며 기대에 부풀었다.

 

  여행 당일 첫새벽부터 머리를 감고  정성 들여 화장을 하고 편하지만 전혀 예쁘다곤 볼 수 없는 옷을 입고는 거울 앞에서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드디어 8시에 집을 나섰고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어리둥절하고 세계적인 공항이라더니 역시! 였다. 여행사 안내하는 곳을 찾아 미팅장소에서 인솔자와 만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친구 부부와 함께 비행기 좌석표를 배정받았다. 일찍 도착하였기에 여유롭게 공항 지하식당에서 열흘 동안 못 먹을 순수 한국식 밥을 먹기로 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배가 살살 아파 호박죽을 먹고 공항구경도 하고 느긋하게 게이트로 가서 촌스럽지만, 난생처음 하는 외국여행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리바리한 아줌마의 11박 12일 여행이 시작된 날이었다.

 

 

                                 

 (여행 2주전 미예와 나는 분당 어느 아울렛에서 둘이 똑같은 티와 바지를 사고 모자를 샀다.)

                                          (공항에서 이렇게 남자들은 저쪽 우리는 이쪽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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