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시월 중순경이었다.
모처럼 딸과 함께 수다를 떨기 위해
카페를 찾아 나섰다. 단골 카페가 없어지는 바람에
얼마 전에 새로 문을 열었지만 오가며 몇 번 눈여겨 봐도 손님이 드나드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던 깔끔하게 단장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
두 모녀의 커피값이 만원도 채 못되지만 우린 이왕이면 손님 없는
그 집으로 가자며 들어섰다.
'빠따뜨'라는 고구마 카페이다.
프랑스 말로 '고구마'라는 뜻의 '빠따뜨'
이왕이면 그냥 고구마 카페라고 하면 친근할 것 같은데요? 라며
세련된 이름을 은근 아쉬워했는데...
딸과 함께 여기에 앉아 라떼를 마시며 깔끔하고 좋다며 이야기를 했는데
손님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라며 주인이 하소연하기에 카페를 다니다 보면 장단점이 있더라며
별것도 아닌 팁을 주며 앞으로 잘 될 거라는 덕담을 하고 가끔 오겠다는 말을 했다.
며칠이 지나 언니와 갔더니만 오후 시간 아기엄마들이 찾을 경우를 대비해
바닥에 매트를 깔고 놀이방을 만들어 두었다.
처음엔 테이블이 있었지만 거의 빈 상태였기에 다시 꾸며보았단다.
이후 언니와 아는 동생과 함께 찾아가기도 하며 손님 끌기(?)에 앞장섰다.
이 자리는 우리가 가면 주로 앉는 곳인데 언니와는 자주 가서
군고구마와 고구마라떼로 저녁 대신 먹기도 한다.
요즘은 군고구마 만드는 것도 장작에 지펴서 구운 것이 아닌
이 기계로 구워내는데 고구마가 약간 오그라들면서
달콤함이 뭉쳐진 듯하게 아주 맛있게 구워져 나온다.
널찍한 고구마 카페의 전면인데 사진을 두서없이 올리다 보니
맨 위에 올리지 못하고 여기에...
군고구마 기계 맞은편 테라스
월요일 저녁 언니가 한잔하자며 데리러 왔다.
고구마의 달콤함이 손끝에 묻어나고 우린 돼지 되겠다며 남기자고 했지만
손가락에 묻은 고구마 향까지 싹싹 다 먹었다.ㅎㅎ
사장님이 단골이라며 3천 원에 이만큼의 고구마를 주신다. 매번 감사하고 미안하다.
남들이 들으면 술 마시러 가는 줄 알겠지만
우리 가족들에게 한잔이란 카페에 가자는 얘기다.ㅎ(술은 전혀 못 마시는 체질이라서)
가을에 딸과 가서 찍었던 사진인데
새삼 나이 듦을 실감케 하는 사진이다.
눈도 작아졌고 웃으면 코에 세로줄이 생기는 모습이라니...
참, 이날 카페 주인에게 말했던 생각이 난다.
"여기서 마실 때는 종이컵이 아닌 머그잔에 주시면 더 좋겠네요.
비용도 아끼고 마시는 기분도 다를 것 같아요!"
이 말로 시작된 인연이다.
요즘은 오후시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고 한다.
언제 가도 싱그런 웃음으로 반겨주는 주인장의 웃음과
친절함, 넉넉한 인심이 손님을 끄는 모양이다.
왠지 잘된다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