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아파트 마당에서
은빛 suv 차량은 예열을 하고,
까만 벤츠는 7시 20분 즈음에 아파트로 들어오거나
주차를 한다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여성운전자라 일찌감치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지
아니면 밤을 새워 지켜야 하는 직업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집 앞에서 직진하다 오른쪽으로 꺾어 조금 걷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어 1분정도 걷다
다시 왼쪽으로 꺾어 3~4분 정도 남의 아파트 사이를 쭉 내려오면 삼거리다.
건널목을 건너고 버스 승차장에서 새초롬하게 서 있는다.
어제는 이런 경로를 거쳐 버스 승차장에 거의 다다랐는데
인도에 분홍색 카드가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가 이 카드를 떨어뜨리고 얼마나 찾을지,
아니면 당장 출근할 때 카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그곳에서 버스를 타는 사람은 거의 혼자이고
맞은편에는 서울과 화도읍내로 가는 방향이라 여러 명이 버스를 기다린다.
내가 기다리는 곳은 변두리로 가기에 한가한 곳이라
분명 전날 저녁에 떨어뜨렸는지 분홍카드엔 밟힌 자국으로
흙이 좀 묻어있었다. 대충 화장지로 감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사무실 도착 후에 이 카드를 우체통에 넣으려면 퇴근 후에
운동 겸 걸을 때 가서 넣어야지 생각하면서 지저분한 카드를 꺼내서
닦으며 가만 보니 이름이 여자 이름이고 카드 뒷면에 분실 시 신고하라는
전화번호가 보였다.
그런데 분실하지 않았을 때는 깨알 같은 그 번호를 거의 외우질 않는데
분실한 후에 그 번호를 발견하는 사람은 주운 사람이다.
혹시나 하고 그 번호로 전화를 걸고 카드번호를 누른 다음 상담사와 연결이 되었다.
자초지종을 말하니 어디에서 몇 시에 주웠는지도 물었다.
잠시 후에 카드 주인이 전화를 걸어와 인사를 하고는
서로의 집 위치를 파악하니 어차피 우리 집을 지나가야 하는 위치였다.
퇴근 후 9시 넘어 우리 집으로 온 아가씨는 낮에 통화할 때 분명히
104동 이라고 했는데 엉뚱하게도 102동 401호 앞이란다.
"동 호수 잘 적어놔요" 라고 당부를 했건만 덜렁거리기는......
잠시 후에 제대로 찾아온 아가씨는 생글거리며 불쑥 검은 비닐봉지을 내밀었다.
"제가요, 현금이 별로 없어서 이거 밖에 못샀어요!"
아니라고 그저 주웠으니 주는 건데 안 받겠다 했더니 두고 돌아섰다.
이런 거 받으려고 찾아 주는 것도 아니고 카드 잃어버리면 재발급 되는 동안
재신청하거나 카드종류에 따라 은행으로 찾아가서 다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요즘은 카드 받는 것도 복잡해서 찾아주는 게 낫겠다 싶어 연락을 해 본 것이었다.
벌써 몇 개의 카드를 주웠었지만, 지금처럼 직접 전해 주긴 처음이었다.
전에는 누군가가 잘못 악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주워서 잘라 버리거나
우체통에 넣은 적도 있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주인을 찾아주는 방법도 있으니
다음에도 혹시 주우면 카드 뒷면 좌측 아래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하면 되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