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이 회사에 입사한지도 어언 1년 4개월 2일째!
중소업체가 다 힘든것도 아니고 다 잘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직장은 전 직장과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사실 전에 직장에서도 사장님이 한주소금인지 염전인지 모를 정도의 짠분이라
회식을 자주 하진 못했지만 1년에 몇 번 정도는 시켜주셨다.
여름철엔 복날이면 점심시간에 데리고 나가 삼계탕이나 영양탕을 비롯하여
양푼이 매운탕을 한 해에 두 번은 꼭 사주셨고 연말에도 회식은 시켜주셨다.
현 직장은 작년 입사일에 서울까지 가서 회식을 했고
추석무렵 근처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은적이 있다.
지금까지는 그게 다인데 사장님은 소금기가 전혀 없으신데 여유가 없는 분이다.
오늘 아침 사장님이 출근하시면서 비닐봉지를 흔들고 들어오시는데
가만보니 사탕도 아니고 언뜻언뜻 분홍빛과 희끄무레한 빛이 있다.
"사장님, 그거 삼겹살 아니에요?"라고 물으니 맞다고 하신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제품에 테스트 할건데 마트에서 한 근 달라했는데 조금 더 담아져서
만오천원을 줬다고 하시며 테스트 몇 개 하고 둘테니까 점심시간에 구워먹으라신다.
베푸는자의 여유가 확 느껴지는 삼겹살 한 근!
사장님은 베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삼겹살 한 근으로 당당함까지 엿보인다.
텃밭의 상추랑 점심시간에 먹으라는 말씀을 아침에 한 번, 테스트하러 현장에 가실 때 한 번,
2층 사무실 오셔서 또 한 번, 외부에 나가시면서 또 한 번.
딱 네 번 하시고는 11시에 거래처 가신다며 유유히 떠나셨다.
삼겹살 한 근을 들고 왔다가신 사장님 뒷모습까지도 오늘은 당당함이 서려있다.
그것이 테스트를 겸한 것일지라도 자식들 입에 밥들어가는 것처럼
사장님은 만면에 흐뭇함이셨다.
그리하여 텃밭의 상추를 잔뜩 뜯어다가 상추 두 장에 고기 한 점.
어쩌랴 직원수에 비해 삼겹살은 그리 많지 않았음을~~!
고기보다 상추가 더 맛있게 씹히는 날이지만 역시 꿀맛같은 점심시간이었다.
내가 머무는 직장이 좀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