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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자연의 소리들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5. 19.

 

 

요즘은 정말 시끄럽다.

아침에 눈을  뜰때면 창밖 메타쉐콰이어 나무위에 사는 새들이

하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문안을 오기에 늦잠을 자려해도

잘 수가 없어 일단 커텐을 조금 밀어놓고 창문을 30센티정도 열고는

잠에서 깨어 게으른 몸은 새벽공기의 차가움을

피해 이불을 목아래까지 재정비 한 후 그대로 누워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참을 새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면 자기들만의 대화가 

음의 長短과 高低가 얼마나 다양한지 그야말로 폴폴 날갯짓이

눈앞에 그려진다.

가끔 올려다 보는 나무위의 새둥지에는 도대체 가족수가 몇이나 되는데

저리 떠들썩한지 슬쩍 내다보니 까치도 보이고 직박구리 같은 작은 새들도

보이고 어중간간 크기에 노란색이 섞인 새도 두 마리가 보인다.

작은 새들은 우리집 모퉁이 돌아 서있는 벚나무의 길게 휘어 뻗은 가지와 잎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푸드득거린다.

 

작년 여름 햇살이 하도 고와  잠시 이불을 베란다에 걸쳐 두었는데

그사이 작은 새 한 마리가 몇 안되는 화분들이 있는

베란다안으로 들어와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때 동백나무에 앉았다 벤자민에 앉았다 주저하던 녀석을 밖으로 내보내려 하니

유리 깨진 미니 테이블로 달려들다 세워 논 돗자리위로 포르르 날아오르고해서

결국은 이쪽저쪽 방충망과 창문을 다 열어젖히고 거실로 들어와 스스로 날아가길 기다렸다.

 

그런데 어찌 들어오긴 했지만 길을 잃은 탓에  짹짹거리기만 할 뿐 기운을 다 빼서 그런지

나중에는 힘없이 축쳐저서 베란다 창틀위에 가만 기댄모습으로 동정의 눈길을 보내왔다.

작은 바가지에 물을 떠다 앞에 두었지만 발발 떠는 모습으로 경계하기에

다시 거실로 들어와 녀석의 동태를 살피니 영~ 맥없이 앉아 있었다.

아니! 오던 길 돌아가면 될것을!  하고 생각해보니 작은 몸으로 들어 온 베란다는 먼 타국에 홀로

떠난 여행자처럼 아득하고 낯설어 쉽게 방향을 정하지 못한게로구나...... 라는 생각도 퍼뜩 스쳤다.

 

잠시후 다가서며 낯선 나라의 여행객에게 친절을 베풀면 경계심이 먼저 들듯이

최대한 내 마음을 표하며 두려움을 없애 주어야 되리란 생각으로 접근했다.

시간도 제법 흘렀으니 어느정도의 포기와 기운이 빠진 탓인지  이젠 도망도 가지않고 있어

살며시 두 손으로 잡아 올리니 측은한 표정으로 몸을 잔뜩 움츠렸다.

몇마디 건네면서 길잃지 말거라 앞으론 방충망을 열지 않으마라며 날려보내니

얌전하던 모습은 간곳없고 전과는 달리 기운차게 훨훨 잘도 날아 나뭇잎 속으로 사라졌다.

이내 베란다 방충망을 닫고 내다보니 몇시간의 행방불명에서 재회한 그들의 대화가

요란했다.

 

이른 아침 밍그적거리며 누워서 작년 여름에 베란다를 헤매던 작은 새 생각과

중간중간 낡아서 구멍난 곳으로 들어왔던 매미생각이 나서  

떨어진 방충망도 미리 손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커텐을 걷고 창을 열면 바로 보이는 쭉쭉벋은 메타쉐콰이어 나무들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작은 새들과 큰 새들의 모습까지도 자주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요란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자연환경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음은 모두 들려오는 소리들의 영향 때문이다.

 

바람이 부는날은 윙~윙 창문이 흔들리듯 하고 가끔은 나무들이 휘잉 휘잉

긴 울음을 토하기도 하는 자연의 소리는 여전히 마음을 정화해 주고 감사함을 갖게 한다.

 

출근 후에도 종일 재재거리는 새들의 노랫소리는 퇴근시간 까지도 쉬지 않는다.

가만히 눈을 감고 들어보면 메조소프라노까지 올라가는 경쾌한 지지귐과 셀 수없는 대화다.

회사근무중의 대화에도 항상 함께이고 전화통화중에도 끼어드는 맑은 노랫소리로

나를 정화시킨다.

 

소리란 알수없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해 주기에 거기에 빠진다고 생각된다.

어젯밤 새들도 나도 자려는 시간 고양이의 울음이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처음엔 아기 울음소리 같기도 해서 귀를 기울이다보니 흡사 아기가 엄마를 잃고 우는듯

슬프기 짝이없는 목소리로 으앙으앙 울어댔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평소 좋아하지 않는 짐승이지만 어찌하여 저리 슬피 우는지

아마도 고양이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나보다며 혼자 마음으로 달래기 시작했다.

 

생명 있는 모든것의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기에

아마도 이 밤에 고양이는 엄마를 잃은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오래도록 고양이 울음을 듣다 잠들었다.

 

날마다  어김없이 소란스런 새들은 그들의 대화에 나를 초대한다.

커텐을 끝까지 좌르륵 걷고 창을 마저 연다음 거실로 나와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얘들아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데 잠은 어떻게 잤니? 하고 말을 건네고 하루를 시작한다.

산뜻한 아침공기가 기분좋게 해 주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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