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부쩍 집을 나서기만 해도 눈에서 눈물이 나고,
눈과 책과의 거리는 조금씩 서서히 멀어져야 또랑한 글씨가 읽히게 되어
맘먹고 안과엘 들렀다.
의사선생님은 아무것도 아니란듯이 한 번 들여다 보고는 결막염이 약간 있고
눈물샘이 막혔나 검사한다며 누우라더니 눈물샘에다 철사줄 같은것을 쑥~밀어넣는데
어찌나 깜짝 놀라고 약간은 아프기에 움찔움찔 하였다.
오른쪽 눈물샘은 얼결에 검사했지만 잠깐동안이지만 왼쪽 눈물샘 검사할 때는
겁도 어찌나 더나고 아픈것도 오른쪽 눈검사보다 몇 배로 느껴졌다.
그래봤자 약간 아픈거지만 두려움이 항상 문제가 된다.
검사 후 별것도 아니라는 듯 막히지도 않았고 안약 두 가지를 처방해 주어
계산을 하면서 간호사께 안약만 넣으면 되냐니까 아직 꽃다운 그녀의 말이
"저도 가끔 그래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거 같아요!" 라며 방실 웃는다.
"그래요, 어쩔 수 없지요. 나이가 있으니 서서히 노안이 시작되어 그런가봐요"
"그러면 눈에 좋은 다른 약이나 처방같은건 없는 건가요?" 하니 그렇다며 이젠 배시시 눈까지 웃어준다.
잠시의 눈맞춤. 그녀의 환한 얼굴과 말 속에는 '나이들면 어쩔 수 없어요. 그냥 그렇게 눈물이 나면
인공눈물을 넣으시고 그렇게 받아들이세요' 라는 문장이 들어있다.
그런 글은 쉽게 읽힌다.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눈길이 딱! 멈춘다.
* 얼굴 잔주름 제거 + 보톡스 10회 50%쎄일 , 안과는 3층 피부과는 5층*
이 외에도 영어로 적힌 것과 더하기 숫자, 봄맞이 세일 몇 % 등등 참 많이 적혀있었고
* 쌍꺼풀 수술, 눈처짐 기타 성형 * 이런 문구가 나란히 나란히!
안과와 피부과를 같이 경영하는 시대에 부응하는 원장님의 탁월한 선택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하다.
가끔씩 하는 생각이 갑자기 돈이 백만원 생긴다면 하고싶은 거 맘대로 하고 쓰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어디에 썼는지 궁금해 하지도 말며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말하면서 내맘대로 실컷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런데 막상 백만원이든 몇십만원이든 생기게 되면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하고 싶은거 재면서
망설이고 아끼게 되다가 찔끔찔끔 쓰다보면 어느날 액수가 삼분의 일에서 반으로 점점 줄다
바닥이 보이게 된다.
이번에는 성과금받은 다음날 화장대 위에 하얀 봉투가 놓여있어서 '앗싸! 이걸로 맘대로 쓰리라~
가방하나 사고 1년새 확 늘어난 얼굴주름 관리겸 마사지라도 좀 받아볼까? '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1층으로 내려왔던 나는 다시 5층 피부과로 올라가 상담을 좀 받고 싶다며 이것저것 묻다가는
"생각해보고 다시올게요!" 한마디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와서는 부지런히 결막염 약을 넣고 거울 보기를 등한시하며 전과 같이 지내고 있다.
흰봉투의 돈은 5만원 꺼내 산행후 언니와 맛있는 밥을 먹었고
10만원 꺼내 조의금을 냈고 10만원 꺼내 축의금을 냈다.
잠시나마 행복했던 봉투잔액은 오늘 퇴근길에 통장으로 일단 들어갈 예정이다.
막상 돈이 들어와도 결론은 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