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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비오는 날 퇴근 길에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3. 10.

지난 주 화요일 아침에 그 난리를 치고(폰 차에 두고 내리고) 

다음날 저녁에는 비도 추적추적 오고해서 마음을 착~ 가라 앉히며 퇴근길에 올랐다.

 

공장장차로 버스 종점까지 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땡글땡글한 청년 한 명이

우산을 땅에다 툭, 툭 내리치며 서 있었고

옆에서 시퍼런 우산을 쓰고 초등학생 한 명이 와서는 안내글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더니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보고는

 

"저기요! 녹촌리 삼신아파트 가려면 몇 번 타야 돼요?" 하고 묻는다.

"거기는 65-1이나  1-4번을 타야 돼. 그냥 65번 타면 그쪽으로 안가니까

꼭 65-1을 타거나 1-4를 타야 돼!"

"감사합니다"

"그런데 너 어디서 타고 이리로 온거야?"하니

수업 끝나고 학교 근처 친구네서 놀다가 버스를 탔는데 잘못 탔다고 한다.

어물쩡 대는 폼이 어째 이상타하여 가만 보니 우산을 접어 들고는

주머니에 손을 쑥 넣더니만 동전 두 개를 손바닥에 펼쳐본다.

 

나는 대뜸 "너 차비가 없니?" 하고 물었더니

버스를 잘못 타서 200원 밖에 없다고 한다.

그 난감함을 선뜻 표현하지 못하고 잠시 서성였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걱정이 되었을까 싶어

아줌마가 차비 줄게 하고는 천원을 주며 이거면 되지? 하니

다시 "감사합니다"라며 꾸벅 인사를 한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천원이 아닌 2천원을 줄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그냥 두고는 같이 버스를 기다리는 십여분동안 자꾸 말걸기도 그렇고 나란히 서 있었는데

그 학생은 주머니에서 과자 종이를 꺼내더니

버스정거장 구석에 시퍼런 쓰레기 봉투가 있는 곳으로 가더니만 거기에 버리고는 다시 옆에 와서 섰다.

나는 속으로 '너희 엄마는 잘 가르치고 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 기특해 보였다.

 

잠시 후 1-4가 오기에 이걸 타고 가면 65-1 처럼 돌지 않아서 빨리 갈거라며 타라고 하니 65-1을

타겠다고 한다.

평소 초등학교 앞을 통과하는 65-1은 우리가 기다리는 종점에서 우리 동네 아파트 여기저기를 돌고

마석읍내를 가로질러 삼신아파트 그 학생 집 앞으로 가는데

1-4는 직진으로 가서 마석읍내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덜 걸리고 빠르다고 말해도

낯선버스여서 못 믿겠다는듯 발을 붙인 채 꿈쩍도 않는다.

 

집에서 엄마 걱정하시겠다며 전화는 걸었냐고 하니 폰이 고장나서 없다고 한다.

그럼  빌려줄테니 전화 걸으라니 혼날까봐 그냥 가겠다기에 더이상 오지랖은 펼치지 않기로 하고

다른 번호가 와서 나는 먼저 버스에 오르며 당부했다.

꼭! 65-1 번 타고 버스 안내방송 잘 듣고 내리라고.

평소 학교 오가는 길에는 걸어서 다녔다는 그 학생이 무사히 집에 도착하였을 것이고

앞으로는 절대로 버스는 잘못 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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