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새벽 4시 출발
어머님 생신을 나흘 앞두고 화순으로 달렸다.
화순도착하니 8시 조금 넘은 시각.
어머님은 텃밭의 상추와 시금치, 부추, 더덕 한 움큼과 간장, 된장, 고추장, 말린 고사리와 무나물 등을
툇마루 앞에 즐비하게 늘여놓으시고 냉동실에서 부랴부랴 얼린 떡이며 곶감까지 꺼내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서 흙묻은 박스에 주섬주섬 집어 넣으시는 모습이 들뜨고 행복하신 모습이다.
사시사철 시골에서 조금씩 나는 것들을 한 번씩 택배로 보내실 때는
딸들이 엄마 심심할 때 드시라며 사다드린 떡이며 사탕이며 과자며 하물며 한쪽 귀퉁이가
썩어가는 사과까지 구석구석 다 끼워 넣어 보내셔서 아연해 질 때도 많다.
말려도 안되는 것이 어머님의 택배이기도 하다.
세상 어머니들의 마음은 한결같음을 알기에 이거는 안먹어요. 가져가도 버려요.를 못하고
무조건 가져 올 때도 있지만 제발 떡이나 과자, 사탕은 앞으로도 보내지 마시고 드시라고 냉장고에 오래두면
냄새가 나니까 보내주셔도 버리게 되고 그렇다고 하니 그제야 떡봉지는 다시 냉동실에 넣으신다.
어머님의 수고로움과 그 마음을 조금은 알기에 나물 한 잎도 버려지지 않도록 삶아 먹고
처지지 않게 관리를 해야한다.
순천으로 향하기 전에 지난번에 사 둔 옷을 드리니 색이 곱고 마음에 드신다며 "이놈 입고 갈까?"
하셔서 덩달아 기분좋게 갈아 입게 해드리고 용돈 봉투를 드린다음 짐을 싣고 순천으로 향했다.
손아래 시누가 아파트에서 살다 공기좋은 2층 집으로 이사를 했단다.
1층은 시누 부부가 살고 2층은 아들내외와 손주들이 사는데 집들이 겸 어머님 생신상을 차린다하여
화순에서 짐을 챙겨 순천으로 향했다.
순천으로 가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이른 점심을 먹는데 역시 전라도 음식은 밥도둑이다.
홍어삼합에 갓김치며 각종 나물과 전까지 음식솜씨 좋은 시누가 그득하게 만들었으니 과식은 기본이라
일단 맛있게 아구아구 잔뜩 먹고나서 시누와 질부에게 수고 많았다며 인사를 했다.
며느리인 내가 차려야 하는 생신상을 대신 준비했으니 시누와 질부에게 봉투를 하나씩 따로 건넸다.
집들이 선물로는 미리 냄비세트를 택배로 보냈는데 맘에 든다며 좋아라 했으니 그걸로
마음은 좀 가벼워졌다.
오후에 더운 날씨지만 순천까지 갔으니 정원박람회를 가고 싶다며 어머님을 모시고 늦게 오신 시이모님과
이모부님과 시누 둘과 조카 둘 시누 손녀딸까지 아름다운 순천 정원박람회장을 걸으며 꽃도 실컷보고 사진도 찍고
기쁜 날이었다.
정원박람회를 구경하고 시누집에서 저녁을 차려 먹고는 언변좋은 이모님을 위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간의 안부와 얘기를 나누느라 12시가 훌쩍 넘어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모두가 자는 6시에 일어나 지전동 등산로를 따라 2시간을 걷고 내려오니 밥상이 차려지고 있었다.
며느리가 아니라 친정 온 딸처럼 먹기만하는데 착한 시누와 질부는 설거지도 못하게 성화였지만 기필코
한가지는 해야지라며 기분좋게 설거지를 끝내고 나니 석류엑기스 한 박스와 떡이며 과일을 챙겨주어
한가득 싣고는 다시 화순으로 향했다.
화순가는 길에 믹스 커피 대용량 한박스를 사고 참외를 사서 마을회관에 갖다드리며 어르신들께 짧은 인사를 한 후
어머님을 교회까지 모셔다 드리고는 올라오는 길에 가고자했던 화순 적벽으로 향했다.
적벽 초입에서 예약하지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는 말에 실망하며 미리 화순군청에 예약을 해야 출입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 오는데 어찌나 섭섭하든지.... 원래 목적이 적벽이었는데 다음엔 꼭 예약을 해놓고 들려야지 맘먹었다.
서운함을 달랠겸 오래된 은행나무를 보러 이서면을 들러 은행나무의 우람함에 반하고!
슬슬 집으로 오는길에 들릴만한 곳이 없을까? 하며 찾다가 담양 소쇄원에 잠시 들렀는데
양산보에 의해 조성되고 후손들이 완성했다는 별서정원을 두루 살펴보았다.
아래 담장사진 뒷면에는 '소쇄처사양공지려'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사진에 담지 못했다.
담장아래로 물이 흐르는데 아무리 큰 홍수가 나고 태풍이 불어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란다.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 이라는 뜻의 霽月堂(제월당) .
이곳은 주인이 거처하면서 학문에 몰두하는 공간이다.
정자에 방을 만들어 두어 겨울에도 머물 수 있게 하였고 굴뚝은 거리를 두고 만들어 놓아
연기가 멀리서 나도록 하였고 뒷쪽에는 땔나무가 보관되어 있었다.
정말 맑고 깨끗하다는 瀟灑(소쇄)의 뜻을 알게 해 주는 곳이었다.
'비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의 光風閣(광풍각)
손님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이란다. 이곳에 앉으면 누구라도 신선이 되겠다 싶었다.
시원하고 조용하고 아무 생각없이 맑아지는 곳이었다.
소쇄원에서 빠질 수 없는 곳
정원처럼 가득 서 있던 대나무 숲! 맑아라~!!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리니 어머님 목소리는 구름위에 뜬듯 소프라노 음성으로
"니가 사 준 커피를 회관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한다. 여태껏 아무도 커피는 안 사다줬는데
고맙다고 모두 그런다!" 아마도 그날 어머님은 기세등등 우쭐우쭐 하셨으리라.
앞으로는 커피를 더 많이 사드려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덩달아 기분 좋았다.
'참 좋은 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여행(5월 23일~25일) 가는 길 (0) | 2015.06.15 |
---|---|
넷째 언니 딸 결혼식(5월 16일) (0) | 2015.06.09 |
우리 어머니와 남매들과의 시간 (0) | 2015.05.08 |
천사친구와 간송문화전 다녀오다. (0) | 2015.05.04 |
아들과 함께 한 시간 (0) | 2015.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