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 장날 올린 글 때문에 본의 아니게 효녀로 비쳤음에
얼른 다른 글을 올려야지 하면서도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지나간 날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작년 9월 25일 제대한 아들은 아직은 속 썩이는 것 없이 효자는 아니지만
입대 전보다는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잘하고 있다.
전에는 수시로 엄마를 불러서 귀찮게도 했는데 지금은 알아서 하고 엄마 부르는 횟수가
확 줄었다.
제대 후 일주일째 되는 날 산에는 가고싶고 같이 가던 사람들은 모두 선약과 당직으로
갑갑해 하다가 자는 아들에게 여차여차 얘기를 하니 선뜻 나서서 가겠다 했다.
집을 나서며 아파트 출입구에서 옆 라인 전에 말했던 부자 아주머니를 맞닥뜨렸는데 아들이랑
산에 가냐며 뒤통수에 대고
"우리 아들 보니까 제대하고 딱 일주일 효자더니 그다음부터는 늦게 일어나고
입대 전과 똑같아져요. 그러니 지금 효도 많이 받으시고 산에도 가고 그러세요. 좋으시겠다"
하셔서 어쨌거나 산에 간다는 자체로도 좋은데 든든한 아들과 둘만의 시간은 또 처음이라
은근 기대와 설렘으로 나서던 참이라 메조소프라노 톤으로
"네! 이제 일주일째니 지켜봐야지요. 길면 두 달이라고 하긴 하던데요~!" 하고 나서는데
그 아주머니와 몇 미터 사이가 벌어지니 아들이 말하기를
"엄마! 나는 안 그런다고요. 이제부터는 엄마한테 잘할 거야! 옛날에 왜 그랬지?"
이러면서 자신이 철없었다며 엄마가 행복하면 제일 좋다며 제법 어른스러운 말도 해줬다.
"군대가 그냥 군대가 아니네~ .한 번 더 갔다 오면 완전 엄마 공주 모시듯 하겠다"라며
백봉산을 세시간 정도 산행했다.
그 후로 나는 나대로 아들은 아들 대로 ~~
이러다 4월 초에 평산님 블로그에서 폼페이 전에 대한 글과 사진을 보고는 폼페이 전을 보고 싶어
친구와 약속을 했는데 깨지는 바람에 또다시 아들에게 넌지시 운을 띄웠다.
같이 갈 사람 없으니 가겠다며 준비하고 나서는 길이 또 하필이면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이었지만
흔쾌히 따라나서더니 집 앞에서부터는 안내자가 되어 전철을 갈아타고 걸으며
든든하게 챙겨주어 폼페이 전을 보고 왔다.
전시관 안은 사진 촬영이 금지라 밖에 몇 점 사진 찍어도 되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울 아들은 나를 닮아서 꼭 손을 잡고 다니기 좋아하며 다니는 내내 손을 잡고 다녔다.
다 큰 놈이 징글맞게끔~~ ㅎ
폼페이 전을 보고 난 후 종로에서 모임이 있었다.
중간에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며 기어이 종로3가 모임 장소까지 데려다주고
혼자 집으로 온 아들은 이제 군대에 가기 전의 여린 아들이 아니라
몸도 마음도 쑥 자라서 제대한 예비역의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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