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 으슬으슬 춥고 식은땀이 나면서 열도 나고
기운이 쫙~ 빠지고 징조가 아무래도 감기몸살 예고편이었다.
일요일 동문회 모임에서 수락산 가기로 되어 있어 아프면 안 되는데...... 하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무겁고 영~ 시원찮아 일찌감치 목욕탕으로 가서
뜨끈뜨끈한 탕에서 쉬다 숯가마에서 땀을 빼고 곰탕까지 한 그릇 먹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애를 쓰다가 피치 못할 집안일이 있어 서울가서 볼일 보고
집에서 푹 쉬었다.
아픈데 산에 간다면 가지 말라고 말릴 것이라 안 아픈 척 하였고
토요일 저녁때가 되니 정말 아프지도 않고 몸이 좋아진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 수락가든에서 11시에 만나기로 되어 있어 셋째 언니와
평내에서 10시 반에 출발하여 정확히 11시에 도착했다.
이른 점심을 먹으며 얘기하다 보니 열두 명이 모였고 12시 반쯤에야
산행을 시작했다.
동문회라 해도 참석자가 워낙 작아 우리 남매 5명 빼고 나머지 7명.
허리 아픈 셋째 언니는 산행불참자가 온다고 수락가든에서 기다리며 있기로 하고
둘째 언니는 1km 남짓 오르다가 다리가 아파 중도 포기하면서도
어설픈 모양새 하고 기념사진 찍겠다며 여기저기 경치 좋은 곳을 골라 사진만 찍고는
내려가고 다른 선배들은 먼저 정상을 향해 떠났다.
큰언니와 작은 오빠와 나, 셋이서 슬슬 올라가다 요즘 다시 소녀가 되어가는
우리 60대 큰언니의 성화로 사진을 또 한 장 찍고 올라갔다.
올라가던 중에 날이 흐려서 선글라스를 벗어
큰언니한테 가방에 넣어달라 하니 가다 보면 해가 또 나오니까
목에 걸치고 가라며 앞에서 씩씩하게 걸어간다.
큰언니의 뒤를 내가 따라가고 작은 오빠는 뒤에서 올라오고
그러다 잠시 뜨거운 커피 한잔하자며 산 중턱에서 커피를 타다 보니
뭔가 허전했다.
아뿔싸! 선글라스가 안 보였다.
2년도 못 썼는데 잃어버린 거다.
커피잔을 놓고 아래로 급하게 내려가며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혹시 선글라스 보셨냐고 물으며 내려갔지만, 좀 전에 큰언니가 바람막이 벗었던 곳까지
불과 20m 정도 거리인데 거기까지 있었던 선글라스가 없어졌다니!
맙소사!
여태 내 물건 잃어버린 기억이 거의 없는데
드디어 노화에 기여하게 되었구나! 그런 날이 시작된 거라 인정하며
아까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큰언니가 가방 속에 넣어 달라고 할 때 넣어 줄 걸 하며
때늦은 후회를 하고 이리저리 다시 가방을 뒤지고 또 뒤진다.
옆에 물끄러미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고는 작은 오빠가 가방에서 선글라스
케이스를 꺼내며 갖고 가란다.
괜찮다고 다시 하나 사면 된다고 많이 썼으니까 바꿀 때도 됐다고 안 받으니
극구 가방에 넣어주며 조카가 인터넷 쇼핑몰 쪽에서 근무하니까 또 사면 되고
집에도 있다며 서로 괜찮다 아니다를 반복하다 결국 내 가방에 넣게 되었다.
오빠의 동생 사랑하는 마음은 알지만, 올케언니가 오빠를 들들 볶을까 봐 받기 싫었는데
어제 오빠는 집에서 무사했을지 걱정스러워 아무래도 다시 돌려줘야지 싶다.
단체 카톡을 통해 좀 전에 얘기를 들은 조치원에 사는 넷째 언니는 당장 선글라스
보내주겠다고 걱정 말라고 한다.
이래서 형제 많은 것이 좋긴 좋은가 보다 다시 한번 느끼게 되고
그것도 이왕이면 형제 많은 집의 막내로 태어나야 이런 호강도 누릴 수 있다고 새삼 느꼈다.
하지만 난생 처음 남편이 사 준 비싼 루이까또즈 선글라스를 잃어버린 것이 영 마음에 걸리고
정이 들었던 탓일까 눈앞에 왔다 갔다 한다.
얼굴 나온 사진 되도록 자제하고 안 올리려 했는데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선글라스 쓰고
찍은 사진을 올리게 되었다.
10월 26일 수락산에서 선글라스 주우신 분~~!
돌려주시면 맛있는 음식 대접하겠습니다. 서울 경기까지는 적당히 찾아뵐 수도 있고요~
디저트로 커피까지도!!
왼쪽 큰언니, 뒤에 둘째언니, 옆에 작은 오빠
잃어버린 선글라스 쓰고 산행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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