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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단양 구인사 다녀오면서..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4. 5. 14.

 

지난 토요일 화창한 날씨 탓에 새벽부터 뒤척였다.

어디론가, 어디든, 집을 나서야겠다는 마음에 작은 아이스백에 커피와

오월 초 난생처음 만든 쑥떡과 양갱 두 개를 챙겼다.

 

 

회사직원의 카더라통신에서 들었다며 앞서는 남자를 따라 구인사를 향했다.

보통 사찰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일주문에서 느껴지더니만

안으로 들어설수록 어마어마한 위용에 입이 쩍~! 벌어졌다.

하지만 맨위의 (가운데 오른쪽 사진) 건물 대조사전에서 부처님상이 아닌

한국 천태종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의 존상이 모셔져 있어 여느 사찰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면서 불자가 아닌 나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내가 아는바로는 사찰이라면 부처님상을 모시고 절을하고 그러는 것인데.

이렇게 화려한 금박물린 성전을 만들어 놓고 돌아가신 스님을 모셔놓고 거대한 동상에게 절을 하는가?

스님은 사리를 모시는데 하면서.....

 

 

계곡좌우를 온통 거대한 건물과 바닥에는 깔끔하게 시멘트가 다 칠해져 있어

흙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으로 위로 또 위로 걸었는데 대조사전 우측으로

"적멸궁까지 가보세요. 운동도 되고 거기가 제일 좋아요!'라는 어떤 아줌마의

말에 어차피 운동삼아 쉬엄쉬엄 가야지 하며 오르는데 끝이 없다.

어찌나 멀던지 가다보니 그 산 꼭대기 양지바른 곳에 큰 묘가 있었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인 내눈에도 명당으로 보였다.

 

잔디외에 잡풀이라고는 전혀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데도 열심히 풀을 뽑는

보살님 두 분을 보았다.

거기가 상월원각대조사의 묘소란다. 스님의 묘가 있다니!

사진촬영금지라는 글과 신발을 벗고 오르라는 묘소앞의 바닥, 양옆의 촛불. 

내 눈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도 오르면서 잘 정리된 나무들과 이쁜 꽃들 나무아래 벤치가 아닌 돌쉼터가 좋았다.

 

 

'공양수이오니 소중한 마음으로 드세요' 아래에 친절하게 영어로도 적혀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목을 축이게 된다.

'바른 마음, 바른 말, 바른 행동'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게 맞다.

적멸궁 오르는 입구에 짚으라는 지팡이가 친절하게 담겨 있다.

어딜가도 난 큰 건물보다 아기자기하게 담겨있는 그 마음들이 더 좋다.

닮고 싶은 글들도 좋다.

 

'이 세상에 내것이 어디있나 사용하다 버리고 갈 뿐이다'

백번천번 지당한 말이다. '공수래공수거'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것!

일주문을 지나 걸어 오르내리면서 곳곳에 있는

나무 사이의 돌의자가 무척 맘에 들었다.

돌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니 이게 행복이구나! 싶어 절로 감사함이 생긴다.

내려오는 길에 조와 수수를 사고 티베트 불교미술전도 보고 고수동굴까지

돌고 왔더니만 다음날은 기분좋은 피로와 함께였다.

 

(일반 사찰과 다르게 보여 여기저기 천태종에 관해 알아보니

일반 정통 천태종이라고 하기엔 많이 변색되어 비구승들도 머리를 자르지 않고있고

전체적으로 '신흥종교'의 색이 짙다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