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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우리 어머니와 남매들과의 시간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5. 8.

  하늘이 높고 푸르른 5월 2일

밤잠을 못자고 새벽4시 반에 큰언니, 작은 오빠, 둘째 언니, 셋째 언니와 함께

영천에 계신 엄마를 뵈러 출발했다.

근래 통화할 때마다 언제 오냐고 물으시는 엄마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기다리는 마음은 힘없음 속에서도 간절함이 전해졌다.

언니 오빠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라 갑자기 한 번이라도 더 뵙는 것이

나중에 후회가 덜될거라며 이틀만에 결정하여 淸安 이씨 오남매는

작은 오빠차로 출발했다.

큰오빠는 영천에 계시고 조치원 사는 넷째 언니가 직장때문에 빠졌다.

 

영천에서 엄마를 모시고 아버지 산소에 들러 셋째 언니가 준비한 부치개 몇 가지와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산소 가는 밭둑에서 작은 오빠 등에 업힌 엄마.

한사코 걸어간다시더니 업히고선 흐뭇하게 웃으신다!  

 

 

 

술과 거리가 먼 청안 이씨 남매들은 막걸리 따는 것도 흔들어야 되는지 그냥 따는지

헤매며......

 

오래전부터 아버지 산소 옆 밭을 매다가 쉼 할 땐 어느 새 아버지 산소 주변의 풀을 뜯고 계시더니만

기운없고 모든 걸 잊어버리시면서도 본능적으로 잡초를 뽑고 계신다.

 

엄마와 함께 두마 산장으로 가서 함께 밤을 보내고 난 3일 아침.

단체 사진을 기념으로 남기며......

 

 

 

산장에서 아침을 먹은 후 빠뜨릴 수 없는 우리 엄마의 모닝 커피 시간!

"엄마 배부르셔요? 엄마 커피 방에서도 마셨는데 그래도 커피가 최고야?"

'"그래, 좋다!"

 

"엄마, 저기 언니 봐봐. 사진 찍어준다카네~"

"늙은 거 자꾸 찍어 뭐하노......"

 

"우리 엄마 예쁘게 찍어주세요!"

옛날에 일하실 때는 밥은 안드시고 막걸리로 끼니 떼우시더니만

언젠가부터는 커피로 끼니를 대신하다시피 하신다.  

 

둘째 언니와 셋째 언니가 비오는데도 사진 찍어 준다며 여기 서 봐라. 저기 서 봐라. 난리다.

비 맞고 모델하기 힘들다며 그만 찍으라는데도 굳이 찍어대는 소녀같은 언니들 덕에......

 

돌아오는 길 보현산 천문대 아래 별빛마을에서는 별빛 축제가 열리고

셋째 언니와 비 맞으며 ......

 

 

산장에서 아침나절 산장주인은 사진찍으라면서 산장이 나오도록 찍어야 된단다.

저기 뒤에서 둘째, 셋째 언니가 빼고 찍는다며 뛰어오는 중이다.ㅎ

 

그리하여 뛰어 온 언니들과 다시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다.

별빛 마을, 하늘 아래 첫 동네

별을 만지는 동네로 엄마 모시고 하루를 지내고 왔다.

 

영천에서 엄마를 씻기고 옷갈아 입혀 갔지만 물이 시원찮아서

 두마산장에서 다시 뜨거운 물에 엄마를 뽀득뽀득 씻기는데

뼈와 가죽만 남았다는 말이 맞다. 앙상해서 가슴저미고 조금 뜨거운 물에도 뜨겁다 하시고

조금만 세게 밀어도 아프다셔서 아기는 그렇지. 속으로 생각하며 아가 씻기듯

아이고 예뻐라! 깨끗해졌네! 우리 엄마 머리감고 예쁘게 빗겨 줄게요!

연신 종알거리며 칭찬하고 뜨거운지 괜찮은지 물으며 머리속에 엉킨 머리카락은 엄마 몰래 자르고

화장실에 가실 때는 혹여 옷에 묻을까 봐 따라가고 휴지 아끼지 말고

잘 닦아야 냄새 안난다며 수십 번 얘기했지만, 습관이라 몇 칸만 뜯어 사용하시니 안되고

안되는 줄 알면서 나는 또 말하고......

큰볼일 보신 후에는 아가에게 하는 말처럼 우리 엄마 볼 일도 이쁘게 보셨네라며

엄마들이 아가 응가를 보고 건강을 재듯이 나 또한 별탈 없는 엄마 응가를 보며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 내렸다.

 

2일날 밤.

엄마가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까 갑자기 창밖을 보시더니 노래를 부르셨다.

"하느~을이 우중추웅~ 농삿 비가 올라나~~

전기 쭈울~이 낭창낭창 임 소식이 올라나~!"

더 이상의 가사도 노래도 없다. 되돌이 표로 돌고 도는 노랫가락.

구슬펐지만 들으면서 따라 불렀다.

 

하지만 종일 누워 계시는데 여기가 땅 속이든 방이든 똑같다는 엄마 말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그렇게 지내시니 늙어간다는 것은 아기가 되어가는 것이고

아기가 태어났을 때처럼 하나하나 챙기고 보듬고 먹이고 입히고

그래야 하는 것임을 절실히 깨달았지만

모든 것을 큰오빠에게 맡기고 현실로 돌아왔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다 소용없는 것이다.

전화 한 통 삐죽 드리는 것이 전부이니.

하지만 엄마는 또 언제 오냐를 물으시고 아무 걱정말고 잘 먹고 잘 살아라!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