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주말과 휴일이면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이름에 걸맞는 한 달을 보냈다.
첫째 주는 친정으로 둘째 주는 시댁으로 셋째 주는 조카 결혼식으로 넷째 주는 부산 외사촌 동생네로~~!
5월 23일 구리에서 8시 30분 출발하는 고속버스 표와
5월 25일 9시 5분 부산역에서 서울로 오는 itx새마을호를
우리가 원하는 마땅한 시간의 기차표는 이미 매진이라 어쩔 수없이 이렇게 예매를 했다.
드디어 23일 !
우리집에서 구리까지 한시간이면 충분히 가는데도 모든 약속은 한시간이나 삼십분 정도의 여유를 두고
미리 가야되는 성미급한 남자와 6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구리 도착하니 7시 35분이라 부산행 첫차인 7시 50분 차가 대기중이었고
대략 1시간 정도 기다려야 되는동안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대로변에서 커브돌아 빵집을 찾아
빵을 만원어치 사들고는 승강장에 앉아 기다리자니 이틀앞으로 다가 온 초파일로 인해
5분 간격으로 증차된 부산행 고속버스가 줄을 잇는다.
십 여 미터 전방 대로변에 갑자기 경찰들이 녹색형광 조끼에 회색 띠를 두르고 빨간 고깔기둥을 하나, 둘 세운다.
어젯밤의 과음을 아침이라는 햇살과 함께 덤덤하게 끌고 나온 차들이 부지런한 경찰관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걸리는 광경을 보다보니 훌쩍 8시 30분이 되었다.
6분이나 늦게 도착한 버스를 타고 8시 40분이 되어 구리에서 출발했다.
5분이나 달렸을까? 심상치 않은 기운에 밖을 내다보니 아뿔사! 차가 정지상태이다.
설마 신호탓? 이러면서 짧은 목을 길게 늘이고 앞을보고 옆을 봐도 이건 영락없이 중고차 전시장을 보는 듯
도로엔 차들만 가득하고 그 속에 많은 사람들이 갇혔다.
가다 서다 반복이라 너무 일찍와서 사들고 온 빵을 열어 주섬주섬 뜯어 먹기 시작했다.
아무렴 여행의 묘미란 먹으면서 즐기는것이기에 음~ 먹어 줘야지! 두 개를 맛있게 먹고 밖을 보니
아직 구리에서 판교방향 도로에서 주춤주춤거린다.
아침도 먹었는데 빵까지 먹고나니 종일 굶어도 배고프지 않을 지경까지 되어 잠도 오겠다
한숨자다보면 전용차로를 씽씽달리고 있으리라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
고개가 좌로 우로 흔들리며 흐느적대며 입이 헤벌쭉 벌려짐에 깜빡깜빡 깼다 잠들다하는데 버스역시 가다 서다
전용도로지만 그외 도로와 같이 막히는 이런 상태라니!
어느 도로건 똑같이 막히고 증차된 버스들이 워낙많아 전용차로까지 막힌다는 기사님 말이 들려온다.
자가용으로 갔다면 분명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지 얼마되지 않은 거리에서 이미 10시는 넘었고 슬슬 몸은 꼬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이른 새벽 일어나 곱게 단장하여 드라이로 찰랑거리게 만들었던 결고운? 머릿결은 좌우로 졸아댔던 관계로
까치집을 짓기 시작했고 뒷머리 까치집 외부공사가 끝날 즈음 망향휴게소를 지나는데 기사님이 안내멘트를
점잖게 날린다.
망향휴게소는 차량이 너무 많으니 조금 더 가서 천안논산간 차가 빠진 후 천안휴게소에 들리겠단다.
11시 50분. 운전하기도 싫지만 기차를 타고 싶은 간절함과 편하게 가보자던 여행길이 이렇게 지루하게 될 줄을
누가 짐작이나했을까? 지루함을 잠시 쉼하며 내 기어코 구운 감자를 사먹고 말리라! 했는데 북새통이 된 천안휴게소
에선 시원한 커피 한 잔 사려니 줄이 길어 일단 구운 감자쪽으로 가서 줄을섰다.
아뿔사! 철판위의 감자는 점점 줄어들었고 내 앞의 여자는 셋, 기어코 두 여자가 구운 감자를 사 가는 바람에
한숨을 폭~ 쉬고는 대신 야채핫바를 사들고 바깥공기와 햇살아래 잠시 서 있었다.
이젠 커피줄도 더 길어졌고 칡즙과 함께 얼음위에 버티고 서 있는 플라스틱 통에 든 냉 커피밖에 살 수 없었다.
아메리카노라는 말과 별로 달지 않다는 말을 전부 믿은 건 아니었지만 평소 설탕을 아예 넣지 않고 마시는
내 입맛에는 꿀맛이다.
커피를 꽂아두고 기사님이 틀어 주는 영화를 보며 부산으로 달린다. 하정우가 나오는 영화인데 놓치고 못 본 그 영화.
제목은 떠오르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열심히 보는데 두 칸 앞에 앉은 키 큰 청년의 기린목이 자꾸만 화면중간을 가려
내 고개는 우측으로 심하게 기울이게 되어 목이 뻐근하다.
청년에게 똑바로 앉으라고 말하고프지만 옆에 앉은 그녀를 보니 둘의 여행길에 청년의 달뜬 행동이며 옆얼굴에서
흐르는 웃음은 기쁨충만하고 1도라도 그녀쪽으로 기울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백 번 이해하고 남음이라 옆에 남자가
내게 똑바로 앉으라는 구박에도 굳건하게 우측으로 치우쳤던 내 머리를 이젠 왼쪽창가로 바싹 옮겨 길이 막히든지
말든지 오늘안으로 부산엔 도착하겠지! 이 영화 끝나고 도착하면 좋겠다는 맘으로 열심히 영화에 초집중하였다.
드디서 그 영화가 끝나고
친절한 기사님이 어느휴게소에서 잠시 급한 용모만 보고 오라며 10분을 주어 반정도는 내리고 반정도는 그대로
앉아있었는데 여유롭게 남겨 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미직지근하고 들척지근한 플라스틱 통의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밖을 내다보니 정말 입이 딱! 벌어졌다.
차들이! 이렇게나!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도 많아도 서울을 벗어나 부산이 다 되어가는데도 어마어마하다.
다시 버스는 출발하고 한숨자려니 잠도 쉬이 오질않고 눈을 감았다 떴다 머리를 이리저리 휘젓는데 서면님의
반가운 카톡으로 즐겁게 수다를 주고 받는데 역시 유머와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서면님 덕에 혼자 실실 실없이
웃는데 화면에 다시 잘생긴 남자가 나타난다.
아뿔사 브래드피트다! 지난번 극장에서 본 전쟁영화 '퓨리' 대충보며 슬슬 지루해지는 자신을 달래며 가는데
이젠 앞의 청년에게 정말 한마디 하고 싶어진다. 내 인내심의 한계에 치닫게 되는 여섯시간이상의 고속버스 12번자리.
왜냐면 아무리 본 영화라도 자막을 가리고 브래드피트를 가리는 뒤통수가 미워졌기 때문이다.
이를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뉘집자식인지 장장 일곱 시간을 가는동안에 그녀 쪽으로 몸의 반 이상을 옮기다시피 하고 앉았으니 아마 머지않은
시간에 한쪽 어깨나 등에 담이 들지도 모르겠다. 아니 틀림없이 그리 될 것이다.
이생각 저생각으로 졸다깨다 머리를 좌충우둘 하다보니 드디어 결곱게 빗어내린 내 뒷머리에 까치집이 내부공사까지
완성 된 그때 쯤 부산 노포동 터미널이 보였다.
기차표는 3주전에 매진되어 가까운 구리에서 고속버스타고 버스 전용도로를 달리면 그 맛도 새삼스럽고 좋겠다는
생각으로 타게 된 버스였는데 앞으론 고속버스 이용을 고려해 보겠단 강한 뭔가를 깨달으며 3시 40분에 부산터미널에
도착했다.
수십년만에 여태껏 가장 오랜시간 버스에 앉아 있었던 날이다.
덕분에 이날 오후 계획된 여행지는 수포로 돌아가고 자갈치역 앞에서 26년만에 외사촌 동생 미숙이와
그때의 나만큼 커버린 미숙이 딸과 만나 가까운 자갈치 시장과 보수동 골목길과 국제시장을 보고 맛있는
돼지냉족발도 먹고 황령산에서 광안리 야경도 보았다.
미숙이를 만남과 동시에 고속버스에서의 힘겨움은 싹 잊고 제부차를 타고 편안하게 부산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지루한 내용이므로 그냥 패스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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