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5월 23~25일
앞에서 이어 부산 도착 후의 이야기~!
노포동 터미널에서 내려 한껏 기지개를 켠 다음 가방을 메고 타박타박 걸으니
음~ 역시 공기가 다르고 비릿한 바닷냄새가 확 전해졌다.
호들갑스럽게 바닷냄새 난다고 떠들어대니 옆에 가던 사람들이 힐끔거려 얼른 입을 닫으며
지하철 타러 가는데 역시 분위기가 뭔가 달랐다.
지하철 타면서 노포동이 시발점인지 모르고 여기서 타는 것인지 반대편에서 타는 건지 갸우뚱대니
친절한 여인이 여기가 종점이고 시발점이라 여기가 맞다며 무조건 여기서 타는 거란다.
그런데 타고 보니 어머나 웬일이니? 아~ 시끄러워라. 내 목소리도 어디 가서 지지 않는데 여기선
완전히 모자란다. 시끌벅적 왁자지껄. 이건 뭐지? 톤이 달랐다.
나 역시 경상도 문디 가시나지만 여긴 경상도라도 억양이 경상남과 북의 차이가 있어서인지
더 왁자했다.
지하철에서 가만 찬찬히 둘러보다 또다시 놀랐다.
아니, 멋쟁이는 다 부산에 있구나! 싶을 정도로 세련된 사람들이 많고 특히 중년부터 연세 드신 분들까지
모두가 이만저만 멋쟁이가 아니었다.
몇 정거장을 가니 우르르 할머니(70대에서 80까지인 듯) 열두 분이 타셨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늘 강조하는 서면 님의 말씀처럼 얼굴까지 예쁘고 표정도 밝은 분들인 데다가
여유로운 미소는 기본이요 들고 있는 가방이며 신발까지 아주 세련된 모습이었다.
젊은이들 못지않은 패션감각으로 씨쓰루 패션에다 색고운 양산까지 자꾸만 눈길이 가게 되었다.
멋쟁이들은 다 부산에 계시는가 보네~ 이러면서 어르신들을 쳐다보노라니 어머나! 그 언니들이
목소리는 꾀꼬리요 소리 또한 고음에다 소녀들 뺨치게 깔깔거리는 모습들이라니!
자리 양보 하다가는 욕먹겠다 싶었다.
왠지 모를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는데 몇 정거장을 가서는 네 분만 남고 다들 내리셨다.
이후 네 분 언니들의 이야기가 또 한 번 웃음나게 했는데 사람이라면 거의 다 해 본 이름하여 '뒷담화'
여기라고 빠질쏘냐! 쏙닥쏙닥 쑥덕쑥덕 !
그래서... 싫었고... 먹는데... 어쨌는데... 카더라에서 그렇더라까지!
음. 역시 여자는 여자군. 이러다 보니 자갈치역이다.
내려서 시장 쪽 출구로 나가는데 동생 미숙이가 마중을 나와 있다는 전화가 와서 나가보니 조카 푸름이와
둘이 기다리고 있었다.
26년 만의 만남이 반가워서 미숙 이의 작은 눈과 나잇살로 내려오는 내 눈은 잠시 사라지기도 했다.
곧바로 자갈치 시장을 구경하는데 세상에나! 고등어가 그리 큰 거는 태어나서 처음 보았고
생선가게마다 대부분 구운 생선이 종류별로 날라리 구워져 있어 평소 생선을 좋아하는 나로선
침이 꿀꺽 삼켜졌으며 그 자리에서 일단 무조건 먹고 싶었다.
나의 감탄사와 간절함이 담긴 눈길을 눈치챈 미숙이는 "언니야 가자!"를 반복하며 내 팔짱을 바싹 당겨
끼고는 여기저기 정신없이 살피는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언니야, 여기는 구웠다가 데펴주는 거라서 맛이 엄따! 차라리 사다가 구워 먹으면 된다!"
미숙이의 말은 슬펐다.
내가 생선을 워낙 좋아해서 생전에 우리 아버지는 포항으로 시집보내야겠다 하셨지만
26년 만에 만난 외사촌 동생이 그걸 알 리는 없으니 일단 미련 듬뿍 남기고 미숙이 손에 이끌려
해마다 영화제가 열린다는 곳으로 가 씨앗 호떡을 맛보았다.
그리고 국제시장을 돌아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시집 두 권을 오천 원에 사 들고 휘돌아 나와
냉 족발을 먹으며 그동안의 안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미숙이 네로 가는 길에 황령산에 올라 부산의 야경을 보며 광안리 야경에 사로잡힌 날이었다!
이날부터 이틀간 미숙이 남편과 미숙이는 언니 덕분에 부산에 살아도 여행 못 해봤다는 말로
내가 가질 부담감을 줄여 주며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즐겼다.
미숙 이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 엄마인 고모를 저렇게도 많이 닮았을까 싶었다.
작은 눈, 튀어나온 이마, 오뚝한 콧날. 피는 역시 콜라보다도 진하고 끈끈하다.
송도 갈맷길 첫머리에서~
미숙이와 함께~!
미숙이 부부^^
암남공원을 오르며......
다대포에서 조개전골! 이렇게 푸짐한 음식은 처음인 듯~!
다대포 바닷가를 보며. (일몰 시간)
유명한 씨앗 호떡을 먹어보았고 바다구경도 실컷 하고!
부산역에서 삼진어묵을 사 들고
몇 년 만에 타보는 기차. 돌아올 때는 기차를......
동생 부부가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재워줘서 거듭 감사함을 전한다.
사진과 글이 두서없이 임시저장함에 있어서
이제야 정리.
부산여행 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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