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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마석 장날에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4. 24.


               빵꾸 아저씨는 맞은편 컨테이너 박스를 두고 매일 차 밑에서 빵꾸를 때우고 차 수리를 하셨다.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에 얼콰한 술기운으로 지내는 날이 허다했다.

         그러던 아저씨가 몇 개월간 보이지 않더니 서류 몇 가지를 들고 찾아 오셨다.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라 복사도 하고 팩스로 보내기도 하며 할 수 있는 도움은 해드렸다.

         퇴근 무렵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다시 오셨다.

         아프신 몸으로 드룹을 한 봉지 따서 주셨는데 고마워서 그런단다.

          몸도 시원찮으신데 뭐하러 따 오셨냐고 투덜댔지만, 집에 가서 맛있게 먹어 감사하다!

          아저씨는 1년 전 건강검진 때도 이상이 없었는데 3개월 전에 배가 아파 병원을 갔고 그곳에서 위암 진단을

         받으셨고 안 보이던 몇 개월간 수술을 하고 지금은 항암 치료하며 쉬고 계시다했다.

         살이 쏙 빠지고 까맣던 얼굴이 조금 밝아진 모습이지만, 그래도 보통사람 보다 검다.

         혼자 일하며 밥대신 드신 술 탓이었을까? 측은하고 짠하다.

          얼른 병마를 이겨 내셨으면 한다.


        *  오타를 고치다 빵꾸 아저씨에 대한 글이 사라졌다. 기억에 의존해 글을 쓴다.

             이미 작년 봄(2016년 3월)하늘 나라로 떠나셨다. 마지막에 들렀을 때도 서류를 가지고 오셨고

             할 수 있는 서류는 도와 드리며 안부를 건넸고 커피까지 드시고 가셨다.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바람결에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인생 무상이다. (2017년 4월 20일 수정)


3일 8일은 마석 장날이다.

퇴근길에 곧장 마석장으로 가면 보나 마나 팔이

아프도록 사 들고 올 것이라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파장 즈음 장에 구경을 갔다.

 

처음 들어선 곳에선 쪽파 한 단에 4천 원, 두 단에

7천 원이라서 시장 구경하며 내려오다 보니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한 단에 3천 원

두 단에 5천 원이란 소리가 들렸다. 

두 단을 사서 후다닥 다듬고 쪽파 김치를 했다.

 

지난번에 한 단을 했더니 맛있다고 더 담으래서

담았는데 지난번과 같은 맛은 아닐 것이다.

늦은 밤이라 대충 담갔으니......



 

어제 마석장에 간 이유는

어머니 두 분 옷을 살 작정이었다.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노인분들 입성은

깔끔하고 화사한 것이 좋더라.

돌아가신 후에 입성과 모습만 떠오르니까

늘 깨끗하게 계셨으면 싶다.

 

시어머니는 원래 옷에 꽃무늬가 아닌 기하학적이거나

줄무늬는 아주 싫어하셔서 꽃무늬 주황색을

골랐고 바지는 짙은 수박색에 자잘한 무늬다.

 

친정어머니는 빨간색 옷은 별로 안 좋아하시고

은은하거나 옥색을 좋아하시기에 분홍으로 골랐다.

바지는 비슷한 무늬의 수박색으로 골랐다.

 

시어머니는 가장 큰 치수이고

친정어머니는 가장 작은 치수로 골라 샀다. 

 

2주 후 시어머니 생신 때 시어머니 옷은 갖다 드리기로

하고 엄마 옷은 택배로 보낸다.



 

 

 

엄마에게 택배를 보내면서

글씨를 잊어버리지 않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큼직큼직하게 몇 자 적었다.

 

엄마가 택배를 받고 옷을 보시면 잠시라도

좋아하시리라 믿어진다.

 

불에 들어가니까 절대 아무것도 사지 말라는

엄마의 말과는 다르게 사 드리면 입고

기분 좋아하신다.

 

덜렁 싼 옷만 넣어 보내기 민망해서 찾아보니

홍삼 사탕 한 봉지가 눈에 띄어 함께 넣으며

사랑하는 마음을 몇 자 함께 보내기로 했다.

 

봄 햇살 가득해서 대문 앞에 잠시

담배 물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 계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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