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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스크랩] 조카 김준경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4. 8.

 

시간이 되면 틈틈히 나와 산행을 하는 산행친구이다.

 

 

인아를 이뻐하는 특별함은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다.

 

 

 

우리 친정은 7남매이다.

아들 둘. 딸 다섯이라 어릴적부터 딸이 많기로 소문이 나기도 했었다.

막내 동생을 낳고는 엄마의 친정올케(외숙모)는 또 딸(다섯번째)을 낳았다는 이유로 미역국을 끓여주지도 않았다고 하며

엄마는 또 딸이라는 이유로 동생을 뒤집어 놓았고, 아버지가 발견하고는 어린 핏덩이를 다시 뒤집어 놓았다는

유명한 일화는 우리가족들이 몇 번씩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다.

 

세월이 흘러서 집 앞 높은 산이 봄을 맞이하고 더운 여름을 지나고 단풍고운 가을을 지나고 하얀  눈이 온 산을 뒤덮으며 

강산을 변화시키기를 몇 십년,  언제부터인가 엄마의 입에서는 탄식같은 말이 엄마의 입을 타고 내뱉아졌다.

"내가 저 막내 딸 우리 숙이를 뒤집어 놓았다가 그대로 죽었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꼬?"..

나이가 먹을수록 다른 딸보다 이쁘고 이틀이 멀다하고 엄마한테 전화를 거는 것도 막내 딸이요,

주름진 엄마 얼굴에 분을 발라주고 머리를 빗겨 드리고 목욕을 시켜드리는 것도 막내 딸이니,

아차 하는 한 번의 실수로 엄마는 이런 애틋한 호강을 더러더러 누리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그 막내 딸에게도 딸이 있고 아들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우리 집 옆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에 많은 조카들 중에서도 마음이 가는건 당연한 일이다.

이쁜 얼굴에 남다르게 일찍 철이 든 준경이는 스스로의 성질을 절제하는 법을 익혔기에 이쁘다고 교만하지도 않고

똑똑하다고 자만하지도 않고, 가난하다고 자신을 몰아붙이지도 않았다.

딸이 없는 신랑과 나는 이쁜 옷이 있으면 준경이를 떠올렸고, 더러는 이쁜 옷을 한두번 사주기도 했고,

아들 둘인 주현이와 세현이는 이종사촌인 준경이를 "방송국 주변에서 놀아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으며,

준경이와 준후를 대하는 마음 역시 친동생이나 다를 바 없이 대하고 있다.

거의 같이 살다보니 알게 모르게 주현이와 세현이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 두 조카가  이젠 듬직한 청년들이 되었다.

 

명지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준경이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2월부터 아주대병원 임상영양사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1년의 인턴기간이 끝나면 다시 임상영양사 자격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그때부터 임상영양사가 된다고 하니 학업의 길은 멀고도 험하고, 그러면서 지리하기만 하다.

학교생활이나 여러가지 생활이 곁에서 보기에도 절대로 녹록하지 않다는걸 익히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말이지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모습은 악바리가 따로 없다.

방학이면 알바를 하면서 독서실에 다니고, 새벽이 오는 시간을 확인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다시 집으로 들어오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나고 혹시나 모를 안전에 더러 불안하기도 했다.

 

아주대학병원 인턴 1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월급을 탔단다.

인턴이라 얼마되지도 않은 월급을 타서는 이모부와 이모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이모부 생신 축하드려요.

이모 생신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라며 내미는 선물을 받는 순간,

속에서 울컥하는 이것은 또뭐란 말인가.

옆에 사는 이모라고, 이모를 위해서 사진을 확대하면서 잘 어울리는 스카프를 고를 때 정말 행복했다는 말을 들으니 면목이 없다. 

"이모부 것만 하지 내 건 왜 준비했어?" 라고 하니

"당연히 해야죠. 이몬데.. 제가 받은 것이 더 많은데" 란다.

 

선물은 받을 때 보다 줄 때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준경이로부터 선물을 받으니 마음이 정말 애닯다.

지난번 성희가 돈을 쓸 때 마음이 애잔하더니, 지금도 그때처럼 애잔하기만 하다.

 

1년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 배워서 내년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곳에 취직이 되었으면 정말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여전히 악바리의 모습으로 일을 하며, 밤이 늦도록 공부를 할 것이며 자신의 길을 닦으며 나아가는 사랑하는 우리조카 준경이,

정말 고맙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출처 : 여디디아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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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 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최선을 다 하는 것이 곧 행복한 마음과 이어졌으면 좋겠다. 어젯밤에는 집에까지 일거리를 갖고 와서 한다며 힘은 들지만 재미있다는 말에 감사했다. 환자를 만나 상담하고 음식에 대한 영양과 주의사항을 일러주며 보살피고 싶어서 선택하겠다기에 그마음 변치않고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고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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