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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 영화, 공연)

영화 '장수상회'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4. 13.

 

장수상회

 

인터넷에 소개 된 짧은 글을 읽을 때는 노령화시대라

아~ 그저 그런 황혼의 로맨스가 있고 치매가 있는 영화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영화표 검색을 하니 한 극장 세 곳에서 '장수상회'를 하고 있으니 아무 시간대나 가면

볼 수 있는 상황이고 내가 보고싶은 영화 '화장'은 한 곳에서 하루 단 세 번 밖에 상영하지 않는다니

시간대가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장수상회'를 보기로 했다.

 

'화장'을 읽으며 김훈 작가에게 빠져 버렸던 기억으로 내가 좋아하는 '안성기'님을

못 보는 이유로 다소 서운함을 안고 어찌 극장에서 영화 상영을 이렇게 몰아주고 있느냐며

내심 불만을 갖고 보게 된 영화였다.

 

영화 반 정도를 볼 때까지 평범한 70대 독거 노인의 일상이고 동네 꽃집의 고상한 여인과의 잔잔한

로맨스인줄만 알고 편안하게 보고 있었다.

 

영화가 반 이상 지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내용에 뜨악하면서 영화 막바지로 가면서부터는

눈물이 쏟아져 하마트면 소리내어 엉엉 대성통곡할 뻔 하였기에 손수건으로 입을 막아가며

코를 훌쩍이다 영화 장면을 눈에서는 많이 놓치고 귀로만 듣고 그랬다.

 

치매란, 주변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익히 들어 알고있고 우리 친정엄마도 치매시고 가까이 사는

셋째 언니 시어머니의 중증 치매와 시아버지의 치매도 진행되고 있음에 들은 것은 많았다.

 

하지만 영화로 보면서 또다른 치매의 증상과 종류.

그리고 사랑하는 부인도 자식도 잊게 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은 정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고

가족들에겐 말 못할 고통이며 가족 해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4월9일발매 영화 장수상회 OST (출연:박근형 윤여정 한지민 박찬열 외)

 

 

영화에서 김성칠(박근형 분)할아버지가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아들이 하는

마트에서 아들인줄도 모르고 사장이라 부르며 스스로 완벽하다 생각하고 살면서 방 탁자위 하얀 봉투에

'나는 김성칠입니다. 내가 죽으면 이 돈으로 장례를 치뤄주시기 바랍니다. 비밀번호는0000'

이렇게 적혀 있는데 그 장면에서부터는 계속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겠고

나와서 보니 눈은 시뻘겋고 얼굴도 말이 아니었는데

그 몰골로 그래도 북한강을 따라 벚꽃을 쫓아다녔지만

마음이 편칠 않고 영화생각이 나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보기 전 마음과 달리 이래서 이 영화가 많이 상영되고 있구나!

이 영화 보기를 참 잘했다 싶었다.

 

사는 게 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봄날 자연이 발버둥치며 요란스럽게 일어나는 것처럼

마음도 버둥거리며 요동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