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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 영화, 공연)

영화 '쎄시봉'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2. 26.

* 쎄시봉 영화 *

 

개봉한지 일주일정도 지나고부터는 내가 못보고 내려질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일요일 조조를 보기 위해 서둘러 단장을 하고 나섰는데 영화관이 그리 복잡하지 않아 좋았고

영화관 좌석도 반이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적었다.

 

우리세대보다는 조금 위 세대들의 음악과 풍경이지만 익숙한 음악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시종 잔잔한 웃음이 물리고 공감도 느끼며  뭉클한 감동도 느꼈다.

영화에 나오는 곡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사실과 다르겠지만 영화를 보면 정말일까? 싶을 정도의

내용과 사연이 있고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는 청년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아리따운 숙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다.

 

그 무엇을 대하고 무엇을 보든 듣든 읽든간에 느끼는 것은 저마다 다르고 보는 관점도 다르다.

재미없다 그저 그렇다 이런 평가도 많은 영화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귀에 익숙한 노래소리가 좋았고 잔잔한 사랑이 담겨 있어 좋았다.

 

특별히 가슴에 와닿는 부분은 오근태가  입대 후 대마초 사건을 조사 받는 중 민자영을 위해

전혀 무관한 송창식과 윤형주의 이름을 댔던 사실이다. 

스스로 배신자가 되어  친구들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된 장면이었다.

민자영을 위한 오근태의 사랑은 세상 전부였기에 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자신의 활짝 펼쳐진 앞날,

인생의 모든것과 바꾸게 된 것이다.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녀를 사랑한 오근태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가슴아팠다.

오근태는 늦게 결혼한 후에 음악과는 먼 다른 사업을 하면서 조용히 살고 있었고

민자영은 어릴적 같은 동네 교회 오빠였던 남자와 감독과 배우라는 관계가 되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예전 교회 오빠(감독)와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한다.

 

 

 

쎄시봉 영화를 보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좋은지

(사춘기 시절 민자영이 교회 오빠를 짝사랑하며 연극을 하게 되었다)

 

나를 끔찍히 사랑한다는 사람과의 결혼이 좋은지 가만 생각을 해 보았다.

(민자영이 유명해지자 감독은 오근태가 보는 앞에서 청혼을 하게 된다

 그때 이미 민자영의 마음은 오근태와의 사랑으로 가득했다)

 

결론은 둘이 서로 죽고 못살아 결혼을 해도 헤어질 수 있는데

이왕이면 둘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이 최고라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크게 느끼며 본 영화이다.

 

민자영과 오근태가 서로의 조건과 상관없이 사랑 하나로만 결혼했더라면

세월을 그저 덤덤하게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거란 생각과

서로의 가슴에 휑~한 바람 구멍을 만들어 놓고  살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영화!

 

그런 장면들을 보는 내내 감정이입이 되고 어찌나 가슴 한구석이 아프던지......

마흔이 넘어서까지 스스로 타락하고 함부로 살아버린 그 친구의 마음이 저랬을까?

겹쳐지는 생각들에 마음은 물에 빠진 솜처럼 묵직해서 영화가 끝나고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시절의 사랑과 우정

현대의 사랑과 우정은 다른점이 무엇일까?

지금도 그런 사랑이 존재하지만 글쎄라는 의문이 생긴다.

가슴아픈 그 사랑의 끝이 지금도 명치끝에 남아있다.

 

어긋난 사랑..

받기만 하게 되는 사랑.

미안한 사랑.

 

오늘도 사랑을 주고 받고.

아무래도 받는 사랑이 더 많은 것 같으니 여기저기 사랑을 퍼 줘야겠다.

퍼낼수록 자꾸만 채워지는 사랑은 우물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