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기도 하여라.
벌써 벚꽃엔딩이 라디오에서 커다랗게 울림을 한다.
가만 있어도 봄은 오기 마련인데 앞질러 오라고 손짓하고
아예 마중을 나가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겨울 한가운데서 손짓을 하다니!
감기와 열애중이지만 아직은 겨울속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다.
세월은 나를 앞질러 가려하고 나는 따라가기 바빠 조금 뒤쳐지기로 맘먹었다.
그랬더니 맘속엔 눈이 가득하고 눈길 닿는 곳마다 나무 그늘 아래 머물러 있는
작은 눈과 매끈한 얼음판이다.
내가 보고자 하는것만 보인다. 맘먹은 것만 보이고 보게 된다.
거리를 나서면 반질거리는 응달의 보도블럭을 피해 의식적으로
양달의 보도블럭을 따라 걷지만 겨울속이라는 인식을 하게된다.
산책로에는 봄, 여름, 가을 세계절동안 사람들로 붐볐지만
겨울의 산책로에는 사람 만나기가 쉽지않다.
백걸음 걷고 한 명, 또 백걸음 걷고 한 명.
그렇게 서너명이 s라인처럼 얌전하게 누워있는 냇가 붉은 산책로를 따라 정신없이 걷는다.
그 속에는 건강때문이라는 '건강'을 앞세우면서 더 크게 속한 '살'과의 전쟁을 읽는다.
겨울에 하는 운동은 열량소모가 크므로 살이 더 잘 빠진다고들 하지 않았던가를
속으로 외치며 엉덩이를 좌우로 실룩거리며 배에 힘을 주고 씩씩하게 팔을 앞뒤로 흔든다.
겨울이라 헐렁한 길에서 뛰다 걷다 이또한 눈이 녹았으니 가능한 일이긴하다.
겨울을 누리기엔 조금 모자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
추위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런날이 얼마나 축복스런 날인가!
내일은 눈이나 비가 내린다는데 이왕이면 함박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질척거리는 거리가 썩 맘에 들지도 않고 출근길에 아이젠을 챙겨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왕이면 함박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겨울속에 앉아 겨울처럼 단순해지고 싶다.
봄은 손짓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오리라.
그래! 겨울엔 겨울 노래가 제격이지~!!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 꽁! 꽁!
~ ~ ~ ~ ~ ~ ~ ~
어디서 이 바람은 시작됐는지
산너머인지 바다건넌지
너무너무 얄미워~~~!'
아마벨라님이 주신 (눈오는 거리 모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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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저렇게 썼더니만 하늘은 내 편이 분명함을 알려주듯이
어제 저녁 두시간 정도 눈을 내려 주었다.
덕분에 푹신한 눈길을 걸어 출근을 하였고 아이젠도 가방에 챙겨 넣었다.
제대로 누리고 느끼는 겨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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