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초부터 감기란 녀석이 나랑 친구가 되었다.
그냥 맘에 쏙 드는지 한번 오면 갈 생각을 않기에
사흘만에 퇴근길에 이비인후과로 가서 처방받아 종일 따뜻한 방에서
실갱이를 하고 다음날 오후에 떠나보냈다.
사실 그 전부터 몸이 찬 자신을 위해 생강과 대추 파뿌리를 넣고
주전자에 펄펄 끓이다 불 낮추고 뭉근히 끓여 마시고 출근길에 보온병에 넣어 다니기까지했다.
그래도 오는 손님 막지 못해 며칠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가면서 빠뜨리고 간 것이 많은지 개운치 않게 한 열흘을 지냈는데
중순이 넘어서면서 또 찾아왔었다.
정말 달갑지 않은 손님이었고 이젠 이비인후과 도움없이 기어이 너를 보내고야
말리라 씩씩하게 맞장뜨기로 결심했다.
비타민이 듬뿍 들어간 음식과 감기는 잘 먹어야 낫는다더라는
귀에 쏙 들어오는 말로 잘 먹으며 몸이 따뜻해야 된다는 말에 옷은 겹겹이 내의와 티셔츠
그 위에다 스웨터나 조끼를 껴입고 다시 패딩을 걸치고 반은 구르다시피 다니는데
그래도 꿈쩍않고 밍그적거려 어쩔 수없이 가정의학과를 찾아 사흘치 약을 먹었다
.
또다시 생강차를 끓이며 어느날은 목욕탕 찜질방에서 늘어지기도 하고
어느날은 종일 잠만 잤다. 그랬더니 감기는 그대로이고 몸에 살만 붙었다.
그럭저럭 며칠이 지나니 심심했던지 어느날 아침 조용히 떠나고 없었다.
개운함에 기분 좋아라 새해 맞이를 하였는데 비싼 커피 마시러 갔다가 남이섬까지 가게 되어
찬바람에 잠시 쏘다녔더니 다시 감기란 녀석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어떻게 나를 알아보고는
따라왔는지 기가 막혔다.
이럴줄 알았으면 외출할 때 분장이 아닌 변장을 하고 가는건데~
꼼짝없이 달라붙는 감기에게 설마설마 하다가 토요일 산행후엔 제대로 함께이다.
가족들에게 면목없이 겨우내 감기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보니
가족들에겐 찬밥 신세가 되어 인기가 완전 주가폭락하듯 떨어져 본의 아니게 떨어져 앉아 있게 된다.
혹 감기란 녀석이 가족들에게 가기라도 하면 곤란하니 내 선에서 내보내야 되는데
이번에는 정말 이비인후과도 가정의학과도 안가고 버티는 중이다.
에라 모르겠다며 버티는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음력 8월생인데 추위를 워낙 많이 타는 체질이라 생전에 우리 아버지는 9월에도 춥다는 내게
"막내야 저기 길건너 봐라 까마귀 얼어 죽었더라" "우리 막내 태어날 때 엄청시리 추웠단다"
이렇게 놀리셨다.
깔끔떨고 잘먹고 그래도 오는감기 절대 막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봄날이 빨리 와야 감기녀석이 내게서 떠날 것 같다.
봄이 오면 꽉 부둥켜안고 놓지 말아야겠다!
모두모두 감기조심하세요~!!
(아마벨라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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