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지만
계절따라 변화무쌍한 출근길이 된다.
버스를 타기 위해 10분정도 걷는 동안 거리의 변화하는 모습을 하루하루 보며 걷는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는 것도 당연하지만
발아래 몇미터 전방을 보면서 걷다보니 보도블럭의 사계절을 발끝에 느끼며 걷는다.
봄이 시작되기 전 추위에 얼굴만 내놓고 어색하게 시작된 출근길에는 곳곳에
눈이 녹지않고 얼어있어 더듬거리며 걸었지만 그땐 조금만 지나면 언 땅이 녹을 것을 기대하며
그러면 다니기 좋겠다 싶은 맘이었다.
그렇게 봄이 시작되고 구석에 있던 눈까지 녹아 내리면서 물기 많은 보도블럭을 타박타박 걸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그즈음의 거리가 가장 기억에 남고 1년중 가장 깔끔한 길이 아니었나 싶다.
햇살은 노랗게 비춰지고 반사된 빛은 사물을 말끔하게 씻어놓은듯 반짝거렸다.
여름날 비온 뒤의 촉촉함을 밟으며 걸을 때는 걷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무대위의 주인공이라도 된듯이 나를 위해 준비해 둔 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감사함이 충만하여 상쾌하게 걸었다.
다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나날이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며 초록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가는 거리에선 추억하기 좋았고 단풍들이 떨어질 때는 마음 비우기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겨울의 보도블럭은 좀처럼 맨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이제 겨울 속!
며칠 전 내린 눈은 마치터널을 깃점으로 우리동네와 강원도에 집중되어
출근길이 가장 큰 근심이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회사차를 타려면 눈길이라 제 시간에 오더라도 산동네 작은 고개를 넘어야하는데
차가 오르기 힘들어 어쩔 수없이 20분정도 걸어야 회사에 도착한다.
아직은 한 번 걸었지만 앞으로가 문제이다.
눈 내린 다음 날 혹시나 하고 가방에 아이젠을 챙기고 나섰는데
역시나 내려서 걸어야 하기에 잽싸게 아이젠을 하고 걸으니 그나마 위안이고 다행이었다.
이제 시작된 눈인데 이 겨울 낭만이고 멋이고 아무것도 필요없는
생존투쟁처럼 나는 둘둘 싸매고 털모자를 쓰고 가방에는 필수조건으로 '아이젠'을
넣어 다닌다.
눈길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라 미리 준비를 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아이젠 하기도 애매한
얼음이 반질거리는 길을 걸으며 겁도 났다.
가만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는 이유.
나 말고 또 누가 출근하면서 아이젠을 필수로 챙기겠나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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