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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사장님의 114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4. 11. 10.

 하루를 열고 책상앞에 앉았다.

전화를 잘 받아야 업무처리에 실수가 없고 야무지게 마무리 할 수가 있어

책상위에는 늘 다이어리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에 볼펜과 오른쪽 옆에는 계산기가 있다.

물론 컴퓨터로 장부정리를 하지만 혹 자료가 날아가 버릴지 모르는 염려 차원에서

항상 수기장부도 왼쪽에 놓고 재정리 하고있고 거래명세표나 전화기 등 사무실 집기들이 늘어서 있다. 

 

조용하게 하릴없는 날이 많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업무중의 하나가

오전에 공장사무실에 잠시 들렀다가 서울 사무실이나 외부 업무를 보시는

사장님의 전화가  업무의 반을 차지한다.

전화내용을 되도록이면 토시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 적어서 확인하고 재차확인하여

확실히 마무리를 해야 되는데 지난번 회사 다닐때와는 달리 숫자와 종류가 다양한  제조업이다보니

잘못 들었다가는 엉뚱한 제품으로 뒤바뀌기가 쉽고 뭣보다 가장 큰 것은 머리가 예전과는 달라

깜빡 돌아서면 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농담삼아 문지방을 넘으면 잊어버린다고 했는데 요즘은 고개만 돌려도 잊어버리고

바람만 불어도 잊어버린다고들 하니 더 조심스럽다.

게다가 사장님은 나보다도 십년이상 훨씬 일찍 태어나셨으니 더 잘 잊어버리시는 편이다.

가끔씩 우기실때는 '아! 녹음할 걸~' 이런 생각이  들때도 있어 무조건 적고 보는데

적어놓은 것으로 대화가 안될때는 그냥 밍숭밍숭..... 계속 우기지 못하니 '제가 잘못 적었나보네요......'

하고 일단락을 짓는데 물론 누가 잘못 말하고 들었는지는 사무실 집기비품들만 알고 있으니

답답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장님이 연세도 있으시지만 휴대폰 사용을 전화 걸고 받고 문자 온거 읽어 보는것 까지만 하시고

전화번호 입력이라든가 찾아서 전화걸기엔 전혀 관심이 없으시고 아주 오래된 폴더를 가지고 다니셔서

외부에서 전화를 하셔도  말소리가 안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에 스마트폰 안쓰는 것도 있다셔서 스마트폰으로 바꾸시면  입력을 다 해드리고 아주 간단하니까 가르쳐

드린다고 해도 싫다신다.

그러면 폴더폰이라도 잘 들리고 끊기지 않는 걸로 바꾸시라고 누누히 말씀드려도 그대로시다.

 

장황한 이야기 요점은 그런 사장님이 외부에서 거래처 전화라도 하시려면 꼭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를 물으시고 통화중에 받아 적어서 통화를 하신다.

혹 거래처 문자라도 발송할 일이 있으면 대신 문자를 보내드리는데 답답해서

상호를 적고 내 폰으로 보내고 사장님 휴대폰 번호와 성함을 같이 보낸다.

그래서 간단히 몇군데 메모를 해서 뽑아 드렸지만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 종이마저 놓고 다니시니 뭐 어쩌겠는가?

일거리도 별로 없는데 최대한 이쁜 목소리로 받아드려야지.

 

사장님의 114로 자리매김하는 오늘도 좀 전에 전화로 물으신다.

"ㅇㅇㅇㅇ 거기 전화번호가 몇번이지?", "네. 000~~~ 입니다" 

 

휴대폰에 입력 해 드리겠다하니 그것 찾는것도 귀찮고 배우기 싫다고 그러셔서

 "배우시면 재밌고 아주 쉬우니까 집에 쉬는 스마트폰 가지고 오세요.~~" 라고 거듭 말씀드려도 허사다.

우리 사장님 언제쯤 휴대 바꾸시려나??

 

아침에 쓰다가 말고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마무리하게 되었는데

사장님이 얼른 조금만 배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자리에서  수도없이 하게 된다.

 

 

(이 가을에 이렇게 예쁜 제비꽃을 발견하고 담아 보내주신 아마벨라님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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